2013년 새해 초부터 해외 뮤지션들이 대거 내한공연을 펼친다. 엘튼 존과 스팅 등 거물급 팝스타들이 주를 이뤘던 올 연말과 달리 내년 초 한국을 찾는 아티스트들은 마니아 취향의 록 뮤지션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연장도 대체로 2,000석 내외의 중소 규모다. 장르는 인디 록, 펑크, 샹송, 재즈, 힙합 등 다양하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로커에서 신예 밴드까지 다채로운 뮤지션들이 국내 팬들과 만난다.
내년 내한하는 록 밴드들 중 록 마니아들에게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팀은 아일랜드 출신 4인조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이다. 1984년 결성한 이 밴드는 '슈게이징(Shoegazing)'이라는 인디 록의 하위 장르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슈게이징은 연주자가 무대에서 바닥만 바라보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에서 이름이 붙은 장르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선율 속에서 기타의 노이즈(소음)를 극대화시키며 뭉그러뜨리는 것이 특징이다. 1991년 대표작 '러블리스'를 발표한 뒤 오랜 공백을 가졌던 이들은 2월 3일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
'뉴욕 펑크 록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는 2009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팬들과 첫 대면을 한 지 3년여 만에 단독 콘서트를 한다. 미국 펑크 록의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 '호시스'(1975)로 데뷔한 그는 시인이자 화가, 사회운동가로 활약해온 전방위 예술가다. 지난해 발표한 11번째 정규 앨범 '뱅가' 프로모션을 겸해 세계를 돌고 있는 스미스는 3월 2일 내한해 유니클로 악스에서 새 앨범 수록곡을 비롯, '글로리아' '비코스 더 나이트' 등의 대표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현재 영미권 인디 음악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뮤지션들도 잇따라 한국에서 공연한다. 1월 10~12일 인디 일렉트로닉 듀오 림빅 시스팀을 시작으로 23일 미국 인디 록 듀오 비치 하우스, 27일 뉴욕 인디록 스타 데이비드 롱스트레스가 이끄는 더티 프로젝터스, 2월 13ㆍ14일 캐나다 출신 개러지록 듀오 재팬드로이즈, 2월 15ㆍ16일 대만 출신 캐나다 뮤지션 더티 비치스, 3월 23일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 등이 처음으로 국내 팬들 앞에서 연주한다.
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도 있다. 에미넴에게 발탁돼 스타덤에 오른 래퍼 50센트(1월 12ㆍ13일),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8 준우승자인 애덤 램버트(2월 17일)와 명품가방 '버킨백'으로 더 유명해진 프랑스의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3월 22일), 10년 경력의 아일랜드 록 밴드 스크립트(3월 27일)도 내년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내년 내한하는 뮤지션들 중엔 국내 발매된 앨범의 판매량이 200장 미만이거나 아예 정식으로 발매된 적이 없는 팀이 적지 않다. 음반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내한공연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연 시장의 확대와 소비 방식의 다각화를 꼽는다. 패티 스미스의 내한공연을 주최하는 프라이빗커브의 김지예 과장은 "유명 해외 팝스타들의 내한이 잦아지면서 콘서트 시장이 커졌고 이에 따라 마니아들이 원하는 중소규모의 공연도 늘고 있다"면서 "음원사이트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예전보다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어서인지 이 같은 공연들을 반복해서 찾는 특정 관객 층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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