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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재난 영화? 절제된 연출·완벽한 CG로 가슴에 '火印'(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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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재난 영화? 절제된 연출·완벽한 CG로 가슴에 '火印'(화인)

입력
2012.12.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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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했다. 시사회 전 만난 김지훈 감독도,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측도 조심스러워 했다. '타워' 촬영 도중에 개봉됐던 '7광구'의 흥행참패로 크게 데인 김 감독이나, 최근 '마이웨이'나 '리턴 투 베이스'로 유독 블록버스터에서의 악몽을 경험했던 CJ였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순 제작비가 100억원 넘게 투입된 '타워'는 재난영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 여의도의 108층 높이 초고층 빌딩 타워스카이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그 절망의 현장에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물 시설관리팀장인 대호(김상경 분)는 혼자 키우는 딸(조민아)과 짝사랑하는 여인인 푸드몰 매니저 윤희(손예진)를 구출시키려 몸을 던지고,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아내와의 크리스마스 약속도 미루고 화마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해내다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타워'는 재난영화의 본분에 지나치게 충실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찾아온 거대한 재앙,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과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헌신 등은 재난영화의 공식이라 할 전형이다. 하지만 그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스크린이 시선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매서웠다.

헬기의 충돌로 발화된 화재 폭발이 결국 건물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들이 정교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무리 없이 표현됐다. 총 3,000여 컷 중 1,700여 컷이 CG 작업으로 만들어졌고 감독이 "나중 편집 과정엔 실사인지 CG인지 본인도 헷갈렸다"고 자부(?)할 만큼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화려한 화면과 달리 재난을 극복해가는 드라마는 극한의 감정이 최대한 절제해 표현됐다. '7광구'처럼 맥락없이 펼쳐진 오토바이 레이스나, 치켜 뜬 눈으로 째려보기만 하는 주인공도 없다. '7광구'와 달라진 감독의 절제된 연출이 결국 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힘이 됐다.

뻔한 설정, 진부한 스토리를 극복하는 또 다른 힘은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이다. 설경구 김상경 손예진 등의 호연이 판에 박힌 캐릭터를 살아 꿈틀대게 만들었다. 공기 반 소리 반의 노래처럼 어깨에서 힘을 뺀 연출과 연기가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어떻게 휘었고 어떤 출구로 이어질지 뻔한 코스지만 공들인 주변 장식의 디테일만으로도 만족과 감동을 주는 길이 있다. 기대를 낮추고 본 '타워'의 감동이 그랬다. 물론 코스 자체가 정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 장식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지만. 25일 개봉. 12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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