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막걸리 수출이 10년 만에 뒷걸음질치는 등 잘 나가던 국내 술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반면 일본산 사케 수입량은 70%나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산을 중심으로 한 맥주 수입도 크게 늘면서 사상 처음 맥주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질렀다.
관세청이 24일 발표한 '주류 수출입동향'을 보면 한류 바람을 타고 2010년 204.2%, 2011년 176.3% 급증했던 막걸리 수출액이 올해 1~11월 3,5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28.7%나 줄었다. 수출량도 2,700만ℓ로 29.5% 급감했다. 막걸리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03년(-11.7%) 이후 10년 만이다.
반면 올해 1~11월 위스키, 와인, 맥주, 사케 등 4대 주류의 수입물량은 1억1,500만ℓ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3%나 늘었다. 특히 일본 직수입 청주(淸酒)인 사케 물량은 410만ℓ로 작년 동기(240만ℓ)보다 70.2%나 치솟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술꾼들이 갈수록 독주를 기피하는데다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사케 소비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산 맥주 수입도 늘어났다. 전체 맥주 수입량은 6,700만ℓ(전년 대비 23.6% 증가, 수입액 6,800만달러). 이 가운데 일본산 수입비중은 지난해 21.4%에서 올해 25.9%로 높아져 2위인 네덜란드산(18.3%)과의 격차를 벌렸다. 와인도 수입량(2,600만ℓ)과 수입액(1억3,100만달러)이 각각 16.4%, 13.5% 증가했다. 반면 위스키는 수입액(1억8,500만달러)과 수입량(1,800만ℓ)이 각각 11.4%, 14% 감소했다.
외국산 주류의 수입액 급증세와는 달리, 소주 맥주 탁주 등 국산 3대 주류의 수출액은 2억1,500만달러로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량은 1억8,100만ℓ로 0.2% 감소했다. 소주는 수출액(1억1,700만달러)과 수출량(7,100만ℓ)이 각각 13.7%, 16.7% 늘어 비교적 선방했으나, 맥주는 수출액 6,400만달러(2.8%) 수출량 8,300만ℓ(0.9%)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양승권 관세청 통관기획과장은 "건전한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사케, 맥주, 와인 등 저알코올 주류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한국산 주류의 수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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