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창단한 IBK기업은행이 2012~13 NH농협 V리그 여자부에서 이변을 일으키면서 12승1패(승점 34)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GS칼텍스(8승4패ㆍ승점 24)와 승점이 무려 10점 차다. IBK기업은행은 손발을 맞춘 지 불과 2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절한 신구 조화를 통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9연승으로 IBK기업은행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이정철 감독은 아주 꼼꼼하다. 선수들 사이에서 '호랑이 감독님'으로 불린다. 그는 "처음 팀을 맡아서 지금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참 많이 했다. 가령 선수들이 웨이트를 할 때도 대충 하는 것을 보면 한마디씩 한다"고 말했다.
"싫은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감독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다 도움이 되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한 나는 영원한 악역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단독 선두를 달릴 수 있기까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는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한 가지 일화를 털어놨다.
"지난 시즌 막판 팀의 막내인 김희진이 다가와 '감독님이 왜 잔소리를 하는지 알겠다'는 말을 하더라. 선수들 스스로 부족한 것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가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창단 첫 해 2010년 흥국생명에서 은퇴했던 세터 이효희(32)를 데려왔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현대건설에서 레프트 윤혜숙(29), GS칼텍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리베로 남지연(29)을 영입했다.
이 감독은 "항상 고마운 것이 베테랑 삼총사"라고 밝혔다. 그는 "여자 배구의 경우 굉장히 섬세하기 때문에 서브 리시브나 수비가 공격보다 더 중요하다. 윤혜숙과 남지연이 합류한 뒤 팀이 비로소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혜숙은 리시브 1위(세트당 3.313개), 남지연은 수비 2위(6.531개)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평소 주장 이효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효희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면서 어린 선수들을 다독여주는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20년 가까이 여자 배구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배구는 득점보다 실점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끼리 대화를 참 많이 한다. 그런 것을 통해 수비가 뒷받침 됐기 때문에 알레시아-박정아-김희진 삼각 편대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철 감독은 현재 잘 나가고 있지만 쉽게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미디어데이 때도 그렇고 일단 첫 번째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지금 성적이 좋기 때문에 정규 리그가 욕심 나긴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팀 컬러는 분명하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많은 훈련을 통해 지더라도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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