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의 행정 관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미국의 2013년 국방수권법안이 통과되자 맹렬하게 비난하며 댜오위다오에 항공기를 급파했다. 중국은 또 러시아와 잠수함 4척을 공동 건조하기로 한 사실도 공개했다. 지난달 출범한 미국과 중국의 새 지도부가 관계 재설정을 위한 힘겨루기에 돌입한 형국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3일 미국 상원이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중국 주권의 심각한 침해이자 적나라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신문은 또 법안의 통과가 댜오위다오와 대만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하원은 앞서 20일(현지시간) 6,330억달러(약 681조원) 규모의 내년 국방예산안이 담긴 '201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가결시켰으며 상원도 다음날 압도적 표차로 이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중국과 관련한 2개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하나는 댜오위다오의 행정 관할권이 일본에 있으며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만을 신형 F16 전투기 판매 대상국에 다시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을 편들겠다고 선언한 것이자, 최첨단 무기의 대만 판매를 통한 중국 견제의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 중국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국가해양국 소속 항공기가 댜오위다오를 다시 순찰했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가해양국 소속 소형 프로펠러기 한 대가 22일 오전 댜오위다오 북방 약 120㎞까지 접근해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 13일에 이어 또 다시 중국 항공기가 댜오위다오 상공에 진입한 것은 댜오위다오의 분쟁 지역화를 도모하면서 일본 편을 드는 미국에 시위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또 러시아와 아무르급 잠수함 4척을 공동 건조하기로 한 사실도 공개했다. 환구망(環球網)은 21일 러시아 언론을 인용, 러시아 국방수출공사가 8월 중국 해군을 위해 아무르-1650 제4세대 일반동력 잠수함 4척을 함께 설계해 만드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아무르-1650 잠수함은 전장 66.8m, 너비 7.1m 규모로 승무원 35명이 탑승할 수 있다. 잠수함 4척의 계약액은 총 20억달러(2조1,500억원)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 수호이-35기 48대 구매 계약도 체결했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가 러시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 맞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지난달 신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한 명으로 선출된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는 20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양국이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구축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신형대국관계의 구축은 시 총서기가 미국에 대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며 내세우는 외교정책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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