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은 대선 이후 정권 교체 실패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당의 재정비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두 정당은 지난 9월 분당 사태를 겪은 지 석 달 만에 치른 대선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이정희 심상정 후보가 '정권교체'를 내세워 중도 사퇴했지만 야권의 패배로 명분이 퇴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후보는 1,2차 TV토론에 나서며 당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 부각한 반면, 심 후보는 야권연대를 위해 너무 일찍 사퇴해 스스로 대선 과정에서의 역할을 축소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양당의 분위기에는 적잖은 온도차가 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23일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당선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이 후보가 TV토론에서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일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이 후보와 당이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를 바탕으로 내달 10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 선출 일정을 확정한 뒤 2월 대표 선출을 통해 당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되면 분당 사태 이후 등을 돌린 노동자와 농민 등 전통적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내년 재보선과 2014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반면 진보정의당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주도했던 '국민연대'에 참여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심 후보가 사퇴하는 등 범야권 단일화에 올인 했지만 문 후보의 낙선으로 당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우선 이번 주에 워크숍을 열어 대선 결과를 평가하고 내달 중순 전국위원회에서 당의 진로와 '제2 창당'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당 내부에서는 실패한 야권연대에 다시 발을 담그기보다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역할을 더 분명하게 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옛 진보신당계와 국민참여당계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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