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00명에 가까운 한국인들이 일본의 한 병원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후쿠오카(福岡)시 하카다(博多)구의 피부과 병원 신주쿠클리닉 하카다원은 한국의 바이오벤처회사로부터 소개받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매달 500명 가량 줄기세포 주사를 투여하고 있다. 이 병원은 환자의 지방에서 떼어낸 간엽줄기세포로 당뇨병, 심장병, 관절류머티즘, 파킨슨병 등의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은 한국인 환자에게만 줄기세포 시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 한국인을 임상실험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병원 측에 환자를 알선하는 한국의 바이오벤처사는 줄기세포 보관료 등의 명목으로 환자로부터 1,000만~3,000만원을 받은 후 외국의료기관에 협력금을 지불하고 환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이용한 의료행위가 불법이지만,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 한국에서 줄기세포를 배양ㆍ증식한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국내에서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심근경색치료제(하티셀그램) 무릎 연골재생치료제(카티스템) 크론성 누공치료제(쿠피스템) 3종뿐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당국의 법적 규제가 없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2년 전인 2010년 국내 바이오벤처회사인 A사가 알선한 한국인 환자 2명이 일본 교토에 있는 협력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 받다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있어 논란이 됐었다. A사는 2007~2010년 국내 및 일본과 중국의 협력병원에서 약 8,000명의 환자에게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시술한 것으로 2010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마이니치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환자 모집 및 시술이 2년 전 A사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과 보건산업계는 여전히 해외 원정 줄기세포 시술이 음성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줄기세포산업 연구자는 "이미 치료를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다단계 방식으로 환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보다 비용이 저렴한 중국에 나가 시술을 받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해외 원정 줄기세포 치료제 시술 규모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벤처업체의 법 위반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논란이 일자 이날 재생의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줄기세포의 배양과 사용을 엄격 규제하고, 필요하면 벌칙 부과를 검토하는 등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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