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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원도 투신… 노동계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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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원도 투신… 노동계 술렁

입력
2012.12.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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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와 복직 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5시30분쯤 울산 동구 H아파트 단지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소속 노조원 이모(42)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가 가족 없이 혼자 기거했던 이 임대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씨의 자택에서는 '헌신적인 활동가로 벗들과 동질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해방되고 싶지만 현실과는 너무 많은 거리가 있다. 동지들이 가는 길에 희망만 가득하길 바란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며칠 간 정신 불안을 호소했다. 숨진 당일 오전 노조 활동가의 안내로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은 뒤 내주 입원하기로 약속하고 오후 4시30분쯤 헤어졌다 1시간여 후 투신했다. 이씨의 동료들은 "이씨가 최근 대선 결과와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 최모(34)씨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매우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운동가로 적극적인 활동을 해온 이씨는 1997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Y산업에 입사해 2003년 사내하청노조를 만든 뒤 해고됐다. 2004년 고 박일수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을 당시 그는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하청업체 해고자 2명과 함께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선박건조장 크레인에서 5시간여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다 진압됐다. 이씨는 이 사건으로 복직하지 못했고, 이후 7년 가까이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꾸렸다. 지난해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참가했고, 최근까지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 지원을 위해 불법파견 철폐 연대투쟁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두 노동자의 잇단 자살로 노동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4일과 26일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정문 맞은편에서 추모집회와 울산노동자장으로 영결식을 열기로 했다. 또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 최씨의 자살과 관련해 26일 부산지역 총집회, 27일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씨의 빈소에는 이날 여야 정치인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이날 "이명박 정부에서 내몰린 노동자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당선 이후 절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다"며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공약한 만큼 노동자들의 절망스러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급히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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