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21일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마야력을 근거로 한 괴담이 지구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2013년 5월에 태양폭발(flare)이 최고조에 이르러 지구가 멸망한다'는 새로운 괴담이 떠돌고 있다.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3년은 태양활동 극대기로 비행기 운항과 통신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발표한 뒤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도 큰일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태양폭발이 왕성해지는 것은 다소 우려할 만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지구에 영향을 줄 천체의 변화를 알려주는 '우주 날씨 예보'가 활성화하고 있다.
내년 태양폭발 왕성, 무선통신 영향
지구 생명의 원천인 태양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항상 일정한 빛을 내는 항성이 아니다. 모닥불이 타오르듯 표면의 흑점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별이다.
과학자들은 태양폭발로 생기는 에너지의 양은 핵폭탄 수백만 개와 맞먹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폭발이 심해질 때 지구멸망설까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생기는 태양폭발은 지구를 삼킬 정도로 위력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지구에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태양폭발이 일어나면 태양에서 고에너지 입자들이 파편처럼 튀어나온다. '코로나 물질 방출(CMEㆍCoronal Mass Ejection)' 혹은 '태양폭풍'이라는 현상이다. 이 고에너지 입자들은 초속 2,000㎞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우주를 뚫고 날아와 폭발 2, 3일 만에 지구에 도달한다.
태양폭풍은 자외선과 X선 등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지표에서 50㎞ 위쪽에 있는 지구를 둘러싼 전리층에 구멍을 낸다. 이렇게 되면 단파(1~30㎒)를 이용한 무선통신이나 위성통신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X선이다. 전리층이 뚫려 X선에 피폭되면 우주인은 물론이고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도 방사선에 과다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인공위성이 고장 나거거나 송전선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 정전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하는 비행기나 배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곽영실 천문연 우주과학연구센터장은 "태양폭풍으로 지구를 둘러싼 전리층에 변화가 생기면 GPS와 무선통신 등이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리층 상태를 계속 측정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우주 날씨' 예보 시작
150여 년 전인 1859년에 지구에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태양폭발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GPS를 이용해 성층권을 나는 비행기도, 인공위성도 없었다. 고주파를 이용하는 휴대폰도 없었다. 그래서 이 '거대 태양폭발'이 인류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규모의 태양폭발이 발생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세계 주요 도시가 정전돼 암흑으로 변하거나 인공위성이 기능을 멈추고 GPS를 이용하는 기간 전산망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은 이미 태양활동 변화를 예보하는 '우주 날씨 예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 1단계인 '일반(Minor)'부터 최고인 5단계 '심각(Extreme)'으로 나눠 경보를 발령한다. 지난 1월 23일 태양활동이 활발해져 2단계 '관심(Moderate)'경보가 내려졌을 때는 인공위성 통신과 GPS에 부분 장애가 생겼고, 일부 비행기가 우회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09년 한반도 상공 전리층의 전자밀도를 1분 간격으로 관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KT와 통신사령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우주 날씨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제주 한림읍에 우주전파센터를 세웠고, 미국 뉴저지대 공대와 공동으로 태양폭발 지점을 찾는 장비와 세계 최대 태양망원경을 개발 중이다. 기상청도 지난 4월부터 '우주 기상 예ㆍ특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양활동이 급격히 늘어날 때 우주 날씨 경보 발령을 '일반'에서 '심각'까지 5등급 15가지로 분류해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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