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국무장관에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당)이 공식 지명됐다. 대선 후보 출신이자 외교가의 거물이 국무장관을 맡게 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케리 의원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0년간 미국 외교의 중심 역할을 하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존경과 확신을 심어준 인물"이라고 케리를 소개한 뒤 "현장 훈련이 필요 없을 만큼 준비된 국무장관"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는 또 케리 지명이 "앞으로 미국의 외교를 이끌어갈 완벽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지명은 원래 국무장관이 유력했던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가 공화당의 반대로 장관직을 고사하면서 이루어졌다. 이날 발표는 오바마 재선 성공 이후 첫 각료 인선이자 국가안보팀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공식 취임하려면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상원의원들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앞서 라이스 대사의 자격 미달을 주장하던 공화당 측은 공공연히 "차라리 케리를 지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케리가 국무장관에 지명되면서 앞으로 4년간 미국의 외교 및 대북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케리는 1985년부터 연달아 10선에 성공한 최다선 상원의원이다.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에 맞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2.5% 포인트 차로 아깝게 패한 바 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케리 찬조연설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던 케리는 이란-콘트라 청문회를 주도하고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반환 협상에 특사로 나섰으며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복원을 위한 특사로 파견되는 등 민감한 외교문제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케리의 외교철학은 독단주의를 배격하고 상호협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오바마의 외교철학과 일치하며 차기 국방장관이 유력한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온건주의와도 맥이 통해 향후 미국의 외교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케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식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기조인 '전략적 인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대선 출마 당시 케리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필요하면 북한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자 "이미 고립된 북한을 더 고립시키는 행동"이라며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태도를 견지했다. 전문가들은 케리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만약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원칙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케리 지명에 따라 국무부 요직도 케리의 측근들로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보좌진을 이끄는 빌 댄버스 수석 참모와 앤드루 켈러 수석 고문은 국무부 이적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차기 국무장관과 함께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후임 및 중앙정보국(CIA)국장 후임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인선에 난항을 겪다가 우선 케리 의원만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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