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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24일] 실용적 복지, 새로운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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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24일] 실용적 복지, 새로운 '제3의 길'

입력
2012.12.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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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과반의 국민이 선택하여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하지만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은 이에 반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기쁨과 기대의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반대했던 국민들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당선인은 이들을 포용하고 통합의 정치를,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법 등을 국회에서 바로 통과시켜 새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제 선거는 잊어버리고 대통령의 입장에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은데,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선거를 잊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표만을 의식하여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내건 공약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선거 때 국민들만을 생각하던 자세를 임기 내내 유지하고 자신이 내건 공약을 잊지 않고 지내는 것이 '원칙'과 '신뢰'를 내세운 박근혜 당선인이 지켜야 할 '초심'일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집권한 후 그의 정책브레인이었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제3의 길을 제시하였다. 비록 노동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신에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영국과는 반대로 보수 정당이 승리한 한국의 상황에서, 의미는 다르지만 '제3의 길'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후보 승리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신자유주의의 팽배로 인해 극심해진 양극화를 해결하고 현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복지 중심 정책을 약속하였던 것이 주효하였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구체적 정책 목표나 실행 방안에서는 차이가 있긴 하였으나 전체적인 지향은 민주당의 정책과 비슷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정부의 성장 중심의 경제운용에 대해 반대하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 성장 중에서도 대기업, 수출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중소기업, 내수가 성장하여야 한다는 점, 고환율 정책은 수출대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꼴이니 무리한 고환율 유지 정책은 시행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양당의 공약은 다르지 않다.

대선과정에서 핵심의제였던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는, 총출제의 부활 여부, 기존순환출자분의 해소 여부 등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재벌중심의 경제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산분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나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었다.

반값등록금 문제에서도 실현 방식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등록금 부담을 반 혹은 그 이상으로 줄이겠다는 점에서는 같다. 영유아 무상보육이나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노인복지 등 많은 부분에서 복지를 확대한다는 점도 같다.

이와 같이 대선 과정에서 양당의 경제공약이 비슷했으니 새 정부는 공약을 잘 지키기만 하면 된다. 다만,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늘리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한 복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대선이 끝난 현재 일단 채권 발행 등으로 적자재정을 운용하고 증세는 추후에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향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진 상당수의 사람들은 박 당선자의 경제 및 복지 분야 공약을 다시 살펴보며 '그래, 이 정도만이라도 그대로 지켜진다면 그나마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하고 나름대로 위안을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것이 '신뢰'이고 '민생'이니 한번 믿어보면서 5년을 살자'라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새 정부에서 실용적 복지를 지향하는 '제3의 길'로 제대로 나아간다면 온 국민을 포용하는 통합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민주당 공약을 살펴 민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정책들을 대승적으로 포용한다면 금상첨화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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