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을 숨겨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보험 혜택은 누리는 얌체족이 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이 23일 발표한 '건강보험이 경제의 비공식부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소득자임에도 피부양자(211만명)나 지역가입자(286만명)로 건강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497만명으로 추산됐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전체 직장인(1,300만명)의 38% 수준이다.
피부양자는 소득이 없는 상태로 분류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지역가입자 또한 소득과 부동산, 자동차 등 보유 자산을 포함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탓에 월급쟁이 직장가입자보다 적은 보험료를 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중 직장가입 대상이 아닌 일용직 노동자를 제외하더라도 407만명이 피부양자나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정당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대상자는 월 80시간 이상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근로소득자다.
윤 연구위원은 이런 허점이 발생한 이유로 건강보험공단과 국세청의 세금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개인의 근로시간, 사업장의 직장가입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건보공단이 가입자 분류를 위해 국세청에게서 받는 정보는 소득에 그쳐 직장가입대상자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국세청의 저소득층 근로자 소득지급명세서에 나온 정보를 공유하면 피부양자와 지역가입자의 상당수가 직장가입자로 옮겨져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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