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2012년을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해 전국 교수 626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9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8.1%(176명)가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택했다고 23일 밝혔다.
거세개탁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있기 힘듦'을 의미할 때 쓰인다. 굴원이 모함을 받고 쫓겨나 강가를 거닐 때 한 어부가 "어찌 이 꼴이 됐느냐"고 물으니, "온 세상이 흐려 있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 그래서 쫓겨났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고 답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과 교수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진영논리와 당파적 견강부회가 넘쳐나 세상이 더욱 어지럽고 혼탁하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 붕괴, 공무원 사회의 부패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법과 출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거세개탁을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는 "MB정부의 부패, 공공성의 붕괴, 분노사회 등 우리사회의 문제를 직시했다", 김석진 경북대 교수(경영학)는 "모든 것에 획일적으로 시장과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근시안적 접근으로 자신의 이익만 우선하고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쳤다"고 말했다.
대선과 총선의 해였던 만큼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는 뜻의 '대권재민(大權在民)'이 2위(26%)로 뽑혔다. 3위(23.4%)는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나쁜 일을 하고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 2010년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각각 선정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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