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비스업 비중이 커질수록 소득불평등에 따른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구조의 서비스화가 소득불균형에 미친 영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식당 등 영세 점포가 많은데다 가족은 임금을 주지 않고 부리는 700만 자영업자 시대가 낳은 슬픈 자화상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구조 서비스화 진전의 소득불균형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업 비중은 1990년 49.5%에서 2010년 58.2%로 상승한 반면, 빈부 격차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처분소득 기준)는 1992년 0.245에서 2009년 0.295로 악화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하게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의 서비스화가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이 OECD 26개 국가 중 호주 다음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선 서비스업의 비중 확대가 지니계수 상승에 32% 가량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서비스업의 자영업자 및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非)임금근로자 비중이 높고, 사업규모가 영세한 탓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것도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을 악화시킨다. 지난해 기준 국내 서비스업의 비임금근로자와 비정규직 비중은 각각 28.2%, 37%로 제조업(14.7%, 15.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연 매출액 100억원 미만인 업체 수는 제조업이 13.1%인 반면, 서비스업은 41.6%에 달했다. 이직률 역시 서비스업(4.2%)이 제조업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서비스업과 제조업간 생산성 및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서비스업의 임금 수준은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0년엔 제조업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시간당 생산금액은 각각 85달러, 35달러로,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서비스업의 2.43배였다. 미국(1.44배), 일본(1.2배), 독일(1.08)보다 한참 떨어진다.
특히 서비스업 내에서도 음식숙박업, 소매 등은 생산성(31달러)이 떨어지고, 이직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경제위기가 발생해 제조업에서 퇴출된 저기술, 저직능 인력이 노동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 노동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인방 조사국 과장은 "대기업 자본이 서비스업에 유입되면 영세업체 사업을 어렵게 해 소득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으니 중소사업자의 기업형 및 협동조합형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생계형 창업에 은퇴자들이 몰리지 않도록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일자리 나누기,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 촉진, 퇴직 전 직업전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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