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89.9%의 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50대 유권자들이 투표 열기를 보인 데 대해 이들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이로 인해 작용하는 안정적 변화 요구 심리 등을 이유로 꼽았다. 각 분야의 최고 정점에 있으면서도 은퇴 이후를 생각해야 하고,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챙겨야 하는 의무감이 선거 직전에 갖가지 현상들을 통해 느끼는 소외감ㆍ불안감 등과 맞물리면서 50대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50대 유권자들은 집권했을 때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현실성 있게 할 수 있는 후보와 세력이 누구인지를 주로 봤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젊은층에 대한 야당의 집중적 구애와 ‘이정희 현상’ 등을 통해 나타난 소외감과 불안감은 50대에게 복지와 통합을 강조한 박근혜 당선인을 상대적으로 선호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50대는 박정희 정권을 경험한 세대이다. 젊은 시절 유신체제와 5공 정권을 경험한 이들은 권위주의 정권의 문제점을 느끼면서도 어려웠던 시절의 공과와 아픔을 같이하는 세대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방적 평가를 하기 힘든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세대에게 잘못한 부분만을 부각시키자 그들은 결국 투표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50대 유권자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주택과 세금 문제 등 피부에 와 닿는 민생 정책 개발을 위해 안정적으로 힘을 쏟을 수 있는 진영의 집권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와 함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자녀 또래의 2030세대들이 이슈나 현상을 깊이 있게 생각하기 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장악한 세력의 선동적 행태와 막말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걱정과 우려의 심리도 작용했다.
또 이들은 권위주의 체제의 잘못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들이 경제 성장에 이바지한 부분에 대해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50대가 이뤄 놓은 성과를 부정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 선거에서 50대 투표율이 90%에 육박한 것은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가치 투표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선 민주당이 2030세대에 맞춰 전략을 짠데 대해 상대적으로 50대가 선거 전략에서 소외감을 받았다는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또 SNS상에서 작가 공지영씨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발언에 반감이 갔지만 상대적으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소통 수단에서도 소외됐다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압축하면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50대는 세대별 소외감과 디지털 문화 소외감에 평소 느끼던 사회적 소외감까지 맞물려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30 세대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민생 정책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50대는 자녀의 결혼과 대학등록금까지 고민해야 하는 세대이다. 또 머지 않아 닥칠 노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절실함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기성 정치권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실망하고 변화를 원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안정적 변화를 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등과‘나는 꼼수다’로 대표되는 자극적 변수들이‘50대의 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50대는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세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50대는 투표장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논란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 등은 안정을 원하는 50대 유권자들의 불안을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40대로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현재의 50대 가운데 다수는 이번에 생활 밀착형 정책과 안보, 안정 속 변화에 무게를 두면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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