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는 올 시즌 꼴찌 후보였다. 검증된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28ㆍ207㎝)을 영입했지만 토종 선수들이 대부분 무명이었다. LG는 1라운드를 3승6패, 공동 7위로 마치면서 역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하지만 3라운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일 현재 LG는 11승10패로 5위에 자리하고 있다. 4위 KGC인삼공사(12승9패)와의 승차도 1경기 밖에 나지 않아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당초 5할은 고사하고 전주 KCC와 탈꼴찌 경쟁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양궁 부대' LG 선수들에 의해 보기 좋게 깨지고 있다.
주장 김영환(28ㆍ195㎝)과 벤슨의 콤비 플레이가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2007~08시즌 부산 KT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영환은 평균 출전 시간과 평균 득점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김영환은 KT에서 박상오 김도수 송영진 등 쟁쟁한 포워드 라인에 밀려 식스맨 신세였다. 국가대표 포워드 출신임에도 네 시즌 동안 평균 득점은 7.5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은 뒤 평균 36분5초를 뛰면서 15.2점을 넣고 있다. 장기인 3점슛은 경기당 2.6개로 이 부문 1위다.
김영환이 살아나자 벤슨도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벤슨은 동부 시절 김주성, 윤호영과 함께 막강한 삼각 편대를 형성했다. 공격 보다는 주로 수비에서 맡은 역할이 컸다. 하지만 LG로 오면서 벤슨은 "팀 전력이 처지는 만큼 득점에 욕심을 내겠다"고 했다. 실제로 1라운드부터 적극적인 골밑 공격을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국내 선수들의 외곽슛이 터지지 않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김영환, 신인 박래훈의 정확한 3점슛이 더해지며 자신도 골밑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고 있다.
현재 LG는 경기당 7.9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이 부문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3점슛 성공률도 36.18%로 전자랜드(37.13%)에 이어 2위다. 토종 선수들이 외곽에서 쉴새 없이 3점슛을 던지는 탓에 상대 팀은 수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알고도 당하는 게 LG '양궁 부대'의 공격이다.
여기에 LG는 내년 1월 말이면 기승호가 전역해 팀에 합류한다. 기승호는 공ㆍ수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김진 감독은 벌써부터 다양한 공격 옵션을 계획하고 있다. 시즌 전 약한 전력 탓에 최하위 후보로 내몰린 LG가 올 시즌 프로농구에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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