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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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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입력
2012.12.2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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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연구해 상을 받고 주목 받는다는 게 역설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 가난의 미래, 미래의 가난을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또하나의문화 발행)는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 책은 서울에서 가장 큰 달동네였던 사당동의 한 가정을 25년간 추적한 문화기술지(ethnography)다. 조은(66)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가난한 가정의 궤적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찾아보기 드문 현장조사식 연구를 완성했다.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한국 근현대사다. 이번 심사에서도 현실 문제에 관한 진실된 기록인데다, 25년간의 결실로 근현대사의 단층을 드러낸 사료적 의미와 함께 새로운 프레임의 학술 보고서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1986년 철거를 앞둔 불량주거지에 대한 현장연구를 시작한 조 교수는 사례 가족 중 유일하게 영구 임대 아파트를 얻었던 정금선 할머니네를 따라다니기로 한다. 며느리는 가출하고 일용 건설 노동자인 아들과 성별이 다른 손주 세 명인 그 가족은 빈곤의 재생산 과정을 연구하기에 딱 들어맞는 사례였다.

책은 실명으로 이들의 가족사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책에 담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2009년 '사당동 더하기 22'라는 제목의 다큐 영화로도 상영됐다. "사회에 발언권이 없던 사람들인데 이름 없이 살던 자신들이 영화로 상영되는 것을 좋아했어요. 생존을 위해 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 당당한 것도 있었고요."

조 교수는 "로또 복권처럼 특별한 행운이 오지 않는 한,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직장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들이 "성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항상 부도 위기에 있는 영세 하청업체나 일용직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비관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조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최소한 어린 시절의 불평등은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 사회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의 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며 그는 한국 사회에 "위험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가 없는, 계층간의 이동이 막힌 사회. 드물게 꿈을 꾸는 가난한 젊은이가 있다 하여도 기반이 없어 도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못보고 산다"며 일련의 연구작업을 "사회학자로서의 책무였다"고 고백했다.

고담준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반 독자들에게는 외면 받기 일쑤인 다른 학술서와 달리 이 책은 가난의 장면, 서민들의 인생살이를 현장감 있게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 덕에 학술서로는 드물게 4쇄를 찍었다.

"연구자는 빠지고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학술적인 연구에서는)중립적이라고 하는데, 사회과학에서는 연구자가 연구상대자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장서 연구를 도운 조교들의 의식 변화와 연구자로서의 뼈아픈 성찰 등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인간의 얼굴을 한 학술서다. 때문에 인문학적인 탐구의 대상을 자연과학적인 잣대로 서술하려던 모순을 극복해냈고, 연구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는 작업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내밀한 사실까지 담을 수 있었다. 다른 연구자들은 조 교수의 작업을 "조금 다른 사회학"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사회학은 현장"이라는 신념의 결과물인 만큼 다른 사회학 저술과는 좀 다르다. "꼭 정책입안자가 아니어도 전문 영역에서 발언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가 돌아가는 데 개입할 여지가 많습니다. 책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가난을 다시 한번 봐줬으면 합니다."

■ 심사평25년간 빈곤가정 추적… 끈질기고 성실한 책임감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학술부분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조은 교수의 는 한국 사회의 빈곤 문제를 끈질기게 성실하게 그리고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하고 기록한 데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은 추상적인 분석보다는 1986년부터 25년간 구체적인 사람들의 정황을 추적하면서 기술하여 우리로 하여금 문제를 깊은 공감을 가지고 생각하게 한다. 다만, 연구자 자신도 의식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 연구가 조금 더 자세히 큰 정치ㆍ경제적 테두리 그리고 정책적 고려를 시사해주는 것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사위원들은 이승환 교수의 , 신정근 교수의 , 김동욱 교수의 , 김상환 교수의 , 지주형 교수의 에 주목하였다. 이 저서들은 한국 사상과 그 배경이 되는 중국사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 철학의 근본 문제에 대한 독자적인 성찰, 또 오늘의 정치경제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을 담고 있는 중요한 학술적 저작으로서 우리 학계가 도달한 새로운 수준을 의식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들 저작에 대한 평가는 학계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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