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
지난해 12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모군의 어머니이자 경북 영천의 한 중학교 교사인 임지영(48)씨. 21일 서울 서초구 교육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다큐멘터리 ‘이제 네가 말할 차례’ 시사회장에서 그가 말했다. 임씨는 “이런 일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사람들이 두고두고 계속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교육과학기술부와 KBS미디어가 만든 이 다큐멘터리에 직접 출연했다.
임씨는 2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고, 남편 권씨도 올해 명예퇴직한 교사였다. 그래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이 더 크다. “아들이 갑자기 화를 내고, 옷을 사달라며 평소와 달랐을 때 좀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때는 다른 생각을 못하고 사춘기 징후라고만 생각했던 게 정말 후회가 돼요.” 임씨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주눅이 들거나 표정에 변화가 생기는 등 행동의 변화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이런 아이들과 상담을 해줘야 하는데 일이 많다보니 잘 안 된다”며 “교육당국이 그런 여건을 만들어주고, 교사들도 시간을 쪼개 애들과 많은 대화 나누고, 아이들이 정말 자기 얘기를 꺼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것 같다. 임씨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에서 가장 먼저 신속하게 조사하고, 증거가 없어지지 않도록 애써야 하는데 오히려 학교가 제일 감추곤 한다”면서 “피해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가 가장 상처받는 데가 학교이고, 다음이 가해학생 부모라고도 했다. 임씨는 “가해부모와,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방관자에 대한 교육도 시급하다”며 “가해학생에게도 적절한 처벌을 통해 학교폭력이 나쁘다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학생 부모에게는 “제일 먼저 강력한 대응이 돼야 한다. 학교나 경찰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먼저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가해학생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 아이들이 정말 반성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나와서도 우리 애 대신 우리 애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면 그게 용서가 되는 방법 아닐까요.”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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