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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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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유승훈

입력
2012.12.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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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양부문 수상작 (푸른역사 발행)은 고려 조선을 거쳐 일제 강점기와 현대까지 소금의 경제, 문화적 함의의 변화상을 흥미롭게 추적한 책이다. 저자인 유승훈(42) 씨는 낙동강 하구 염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민속학자. 현재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인 그는 수상 소식에 휴가를 내고 서울로 왔다. 20일 오후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유씨는 "대선 전날 집사람과 핏발 올리면서 대선 얘기를 하고 있다가 수상 통보 전화를 받았다"며 "도서관 사서인 부인이 한국출판문화상을 잘 알고 있어서 크게 축하 받으며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고 말했다.

소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누구라도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저자에게 소금은 특별한 작물이었다. 유씨는 영광 출신의 할머니가 구운 소금 절인 굴비로 어린 시절 입맛을 길들였고, 젓갈장수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며 소금의 신비를 깨우쳤다. 유씨는 "발효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석사논문을 옹기, 박사 논문은 소금으로 썼다"며 "할머니의 짭짤한 굴비 맛과 어머니의 젓갈장사 경험, 회사 근처의 염전 등 내 삶을 관통한 소금과의 인연 덕분에 계속 소금을 연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대의 소금은 절대자의 권위와 힘을 상징했다. 염전 일은 '귀신도 못 따라 하는 일'이라 할 정도로 힘들었기에 소금을 구하는 일이 어려웠고 정부는 긴요한 세수인 소금을 두고 생산과 유통을 숙제거리로 안고 있었다. 책은 소금의 생산, 유통, 소비를 통해 한국사를 반추한다. 고려는 '도염원'이라는 관청을 설치해 국가가 소금의 제조ㆍ배급ㆍ판매를 총괄했고,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은 염세제 개혁에 대한 고민을 '경세유표'에서 주장했다. 소금의 '짠 역사'는 근대와 현대까지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때는 북한 지역에 천일염전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탓에 해방과 분단 후 남한은 혹독한 '소금 빈곤'을 감내해야 했다. 이에 정부는 무분별한 염전 사업을 벌였고 '소금 과잉'의 후폭풍은 강제로 염전을 줄여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씨는 "민속학 답사를 할 때는 대부분 마을회관에 가서 이장님부터 만났다"며 "이장님들께 소금에 대한 전문가들을 추천 받을 수 있었는데, 60대 후반부터 70대 어르신들의 증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책 갈피갈피에는 이렇게 저자가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찾아낸 역사적 장소들-전북 곰소만, 충남 태안, 낙동강 하구 염전, 국내 최대 소금 산지인 전남 신안 등-에 관한 '소금 답사기'가 담겨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근현대 신문, 잡지 등 자료를 동원해 꼼꼼하게 '소금사'를 고증했고, 소금장수 설화, 바닷물을 끓여 만드는 자염 생산 방법 등 가벼운 읽을거리도 제공한다. 덕분에 본심에서 이 책은 논문을 써도 좋을 만큼 전문적인 민속학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부산을 해설하는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유씨는 "학문 연구성과를 대중적 저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학자들이 글 쓰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출판계 구조가 갖춰졌으면 하는 겁니다. 가수는 한 시간 공연에 몇 천 만원씩을 버는데 인문학 특강을 하면 10만원도 아까워해요. 오락보다 지식이 쌓이면 더 큰 가치가 있습니다."

■ 심사평미시사·구술사 다 담아낸 노력의 산물

김경집 전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늘 그렇듯 10권의 책 가운데 한 권의 책을 가려내는 일은 어렵지만 행복한 통증이었다. 세 권의 책 이 남았다. 고심 끝에 을 뽑았다.

미시사의 즐거움이 가득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소금이라는 사물을 매개로 중세 후반과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통사성을 지녔으면서도 저자의 발품과 꼼꼼함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자칫 잊힐 수 있는 소소한 것들까지 챙겨낸 점은 고마운 성과다. 천일염이 우리의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제염법이 아니라는 점과 낙동강 하구에 대규모 염전이 있었다는 점 등 자칫 우리가 모르고 넘기거나 잘못 이해하기 쉬운 사실을 살려낸 이 책은 미시사와 구술사까지 담아낸 노력의 산물이다. 단순히 소금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설화나 전승까지 연결시킨 점은 인문학적 통섭의 면목을 보여준다. 매 꼭지마다 저자의 꼼꼼한 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까지 조화된 역작이다.

고명섭의 은 끝까지 외면하기 어려웠던 수작이다. 특히 저널리스트가 이 정도의 엄청난 분량의 심도 있는 책을 썼다는 점만으로도 큰 희망을 발견했다.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다만 토머스 프리드먼처럼 저널리스트로서의 장점을 살려낼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더 후한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아쉬움이 남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조은민 인턴기자 (숙명여대 국어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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