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이 책을 출간하고 출판사가 이전을 해 지금은 주소가 달라졌지만 통영에 있는 건 그대로다. 올해 봄 첫 책을 내고 이번 수상작까지 모두 3권의 책을 낸 게 고작인 지방의 작은 출판사의 수상은 한국출판문화상 역대 이례적인 일이다.
"직업을 소개하는 책은 많지만 대부분이 정보를 전해준다거나 인기 있는 직업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문제는 취업난 자체보다는 어쩌면 취업하려는 사람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제일 마음에 아팠어요.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아서 그걸 찾으라고, 그러면 대기업 못 가서 안달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죠." 이 책을 기획하고 공동 편집한 남해의봄날 정은영(40) 대표는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과정을 보여주면 어떨까 했다"고 말했다.
직업을 소개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에세이를 연상하게 하는 사진 활용 등 감성적인 편집은"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의 타깃이 20대 중ㆍ후반에서 30대 초반이고 저자들도 스물아홉 서른이어서 재미를 주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어야겠다"는 정 대표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취지와 책의 방향에 공감한 젊은 사진작가는 돈 받고 하는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처럼 거의 매일 책의 저자인 스토리텔링 작가 김정래, 전민진씨를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어 이 책을 허다한 직업소개서들과 전혀 다른 책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작가들은 공연기획자, 출판마케터, 안경디자이너, 디자인가구회사 영업부장, 작은서점의 점장 등 12명의 작은회사 직원들을 만났다. 각 장마다 작가들이 먼저 인터뷰 받는 사람의 처지가 되어 그들의 생각과 일을 스케치해 보여 준 다음 실제 인터뷰를 싣는다. 인터뷰 뒤에는 그들이 작은 회사에 다니며 얻은 노하우를 담은 정보나 경험을 덧붙였다.
정 대표는 이 책을 인쇄소에서 받고 대형서점이 아니라 책에도 등장하는 홍익대 앞 서점인 땡스북스에 사흘 먼저 입고 시켰다. 전혀 소문도 나지 않았는데 홍익대 근처 출판사의 편집자, 디자이너들이 들러서 들춰 보고 마음에 든다며 하루 10~15권씩 팔렸다고 한다. 땡스북스가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획이 재미있고, 콘셉트가 재미있고, 자기네들의 이야기 같고, 이미지를 잘 활용해 쉽게 다가온다"는 평이 많았다고 한다.
본심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은 "글에 깊이가 없다"는 지적을 했다. 소개한 작은 회사가 디자인, 마케팅 등으로 제한적이라는 것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편집도 내용도 "거기에 담긴 아기자기함이 작지만 소중하다"는 데 다수가 공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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