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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2월 22일]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입력
2012.12.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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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고 작은 행복이라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정부의 명칭도 국민행복민생정부라고 한다. 어색하기는 하다. 국민 행복 민생 등 여러 항목을 강조하다 보니 좀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손을 봐야 하겠지만 진정성이 어딜 가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말처럼 허구적인 것이 없지만, 그처럼 달콤한 것도 없다. 누구나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그곳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행복은 소득이나 소유와 비례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폴 사뮤엘슨에 따르면 행복의 크기는 가진 것(소유ㆍ소득)을 욕망으로 나눈 수치다. 곧 가진 것이나 벌이가 늘어나면 행복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벌이가 늘어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행복을 키울 것인가. 사뮤엘슨의 이론에 따르면 욕망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잘 살아 보세'라는 1970년대 구호가 새삼스럽게 이번 대통령 선거에 등장한 것도 '행복해 보자'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977년에 1,000달러를 돌파한 뒤 2007년에 2만달러를 돌파했다. 30년 만에 20배로 국민소득이 늘어났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에서 "물가가 비싼 미국 지역에서 그 이상을 넘으면 행복 경험이 늘어나지 않는 포만감 수준은 가구소득 약 7만5,000달러 정도였다. 이 수준을 넘는 상황에서는 소득과 관련된 행복 경험이 평균적으로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가난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며, 부유함은 인생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행복 경험을 개선해 주진 못한다"고 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가도 행복지수를 올리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는 것도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 주장한 개념이다. 이스털린은 비누아투, 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국가에서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고,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행복지수가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국민은 파나마, 파라과이 등 중남미 국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97위였고, 미국과 중국은 33위, 일본은 59위, 최하위는 싱가포르였다. 이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148개국에서 15세 이상 국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일상 생활에서 느낀 긍정적 감정을 조사한 결과다.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도 10위권에 들었다. 중남미 외에서 10위권에 든 국가는 태국과 필리핀뿐이었다. 1위를 차지한 파나마는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90위고, 최하위 싱가포르는 세계 5위 고소득 국가다. 소득과 행복도의 관련성은 밀접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오히려 문화적, 종교적인 편향과 관련성이 높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작 우리 사회가 행복하지 못한 치명적인 이유는 양극화로 지목된다. 경제학자 이정전은 저서 에서 "정부와 시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빈번하게 꼽히는 것이 부익부 빈익빈의 조장이다. 경제성장이라고 해봐야 소수의 부자들에게만 그 열매가 돌아갈 뿐 다수의 시민들은 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커져서 상대적 박탈감이 많은 사회가 된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 고픔을 해결했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배 아픔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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