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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판 신사유람단 "형만한 아우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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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판 신사유람단 "형만한 아우를 키웠다"

입력
2012.12.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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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한라 아이스하키 팀은 지난 6월 세계적인 화제를 만들어냈다. 2018년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을 겨냥해 10명의 유망주를 핀란드 메스티스리그(2부)에 임대 이적 시키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아이스하키 신사유람단'으로 불렸다.

'하키 신사유람단'에서 두 명의 형제가 꿈을 불살랐다. 김기성(27)과 김상욱(25)이 그들이다. 형 기성은 동기생 박우상과 함께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았다. 경성중ㆍ고 시절부터 국내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뉴욕 아일랜더스 캠프에 유학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세대 1학년 시절부터 대표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아우 상욱은 형 만한 명성을 떨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형 만한 아우가 있을 수도 있다'며 잠재력에 주목했다. 형인 기성이 몸 담았던 한라는 아우 상욱이 활약하던 연세대를 상대해 진땀을 흘린 경우가 많았다.

형제는 한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형인 기성은 2008년 입단해 2008~09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며 한라의 수직 상승세를 이끌었고 아우 상욱은 2010년 입단해 팀의 2연패에 공헌했다.

형제의 길은 지난 해 엇갈렸다. 기성은 아이스하키의 본토, 북미 대륙 도전의 꿈을 실행하기로 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산하 독립 리그인 CHL 툴사 오일러스로 이적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입단 초기 경기 중 부상을 입었고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한 채 한국으로 복귀했다. 아우 상욱은 형이 없는 사이 한라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형제는 올해 핀란드에서 재회했다. 한라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겨냥해 팀 내 유망주 10명을 핀란드에 자비로 임대 이적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김기성-김상욱 형제는 나란히 핀란드 메스티스리그에서 비약을 꿈꿨다. 형제는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목표를 정하면 뒤돌아 보지 않는 집념도 꼭 같다. '선진 아이스하키'에 목말랐던 형제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함께 유학한 동료들이 국내로 복귀할 때도 꿋꿋했다.

하지만 형인 기성이 먼저 핀란드를 떠났다. 병역 의무를 위해서다. 동계 종목 강화를 목표로 상무가 올해부터 아이스하키 선수의 입대를 허용했다. 형님이 떠났지만 아우는 남았다. '아이스하키 선진국'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어느덧 함께 유학한 동료가 모두 떠났다. 그러나 상욱은 '홀로서기'를 고집했다. 힘든 시간이 이어졌지만 핀란드에서 머무는 시간과 비례해 선수로서 성장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달 초 고집을 꺾었다. '고향' 한라에 복귀했다. 두 걸음을 나가기 위해서는 한 걸음을 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핀란드에서 보낸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복귀 후 나선 경기에서 팀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를 만한 경기력 향상을 뽐냈다. 김상욱은 "경기력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여긴다. 여러 가지를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핀란드 유학'에 의미를 부여했다. 형 기성이 떠난 현재 아우 상욱은 한라의 공격 1조 센터를 맡고 있다. 명실상부한 팀 에이스다. '형 만한 아우'가 가능해 보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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