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일본의 도쿄지방재판소는 이런 판결을 했다. 일본 경찰이 피고인을 163일간이나 대용감옥(경찰이 운영하는 구치소)에 유치하면서 자백을 강요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치바지방재판소 유죄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피의자신문과 구금은 동일한 경찰에 의해 이뤄지더라도 전혀 별개의 업무로서 혼동되어서는 안 되고, 유치업무가 수사에 부당하게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거 외에도 여러 사건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고문, 폭언, 부당한 처우 등으로 자백강요가 행해진 사실이 밝혀졌다. 수사관이 유치업무를 담당함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유치업무가 수사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경찰당국은 대용감옥 및 유치장의 관리부서를 수사 부서에서 경무 부서로 이관하는 결정을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찰의 유치장 관리부서가 여전히 수사부서로 되어 있다. 수사과장이 유치인에 대한 보호, 통제와 시설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방 직후 일본 경찰의 업무체계가 우리 경찰에 그대로 전수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일본 경찰이 겪은 문제와 개선 등의 변화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잘못된 업무관행이 없다고 할 것인가. 그리 오랜 과거로 거슬러 갈 필요도 없이 2010년 서울 양천서에서 일어났던 구속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 사건을 회상해 보면 결론이 나온다.
양천서 유치장에 수감됐던 유치인 다수가 수사팀 사무실로 불려나가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소위 '날개꺾기'(수갑을 뒤로 채운 채 팔을 위로 들어올림)와 폭언 등 인권침해를 당했으나 이를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던 유치인보호관들이 수사팀의 장기간의 가혹행위를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유치인보호관 역시 수사부서 소속으로서 일종의 동료 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일본 처럼 유치장의 관리부서를 수사 부서에서 경무 부서로 이관하기로 결정하고, 전국의 112개 유치장 중에서 30여 개의 유치장을 경무과에서 담당하는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시범운영을 하는 관서에서는 수사관들이 까다로워진 입출감 통제에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유치인이나 국민의 입장에서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 시범운영이 1년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별다른 문제가 없을 듯 했던 유치장 관리부서의 이관은 법무부가 해당규칙의 개정을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법무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유치장 업무는 수사 행위이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법경찰관리가 이를 담당해야 하는데, 경무과 소속의 경찰관은 행정경찰로서 사법경찰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형사법을 전공한 법학자이나, 법무부에서 주장하는 법리는 선뜻 납득이 안 된다. 우리 법률의 어디에도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나누고 있지 않으며, 현실에서도 경찰관은 부서나 업무의 성격에 따라 행정경찰 업무와 사법경찰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무부는 정부조직법상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서, 유치인 인권보호를 위해 그간 학계 등에서 줄곧 요구해 온 경찰의 유치장 관리부서의 비수사부서로의 이관을 반대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법령상의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경찰 역시 정부 내 일부 이견이 있다고 해서 유치장 관리부서의 이관 정책을 쉽게 거둬선 안 될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의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유치장 업무를 수사부서에서 관장하는 현재의 잘못된 체계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경찰은 아직 열악한 유치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미결구금에 해당하는 유치장 업무전반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법규를 마련해 유치인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다 명확히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본이 30년 전 바로잡은 유치장 관리부서 문제를 우리는 이제서야 논의를 하고 있고, 그마저도 정부부처 간 이견으로 언제 마무리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도 전국의 유치장에는 수 많은 유치인들이 있다. 하루 속히 합당한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김태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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