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에는 가격인상 자제하라고 압박, 뒤로는 고속도로 통행료ㆍ수도요금 인상
정부가 최근 소주 밀가루 등 식품가격 인상과 관련 민간업체에 가격인상을 자제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면서 뒤로는 공공요금을 줄줄이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는 21일 서울 세종로 미래기획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물가안정책임관 회의를 개최해 “어려운 서민경제 여건을 감안해 민간업체들이 가격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최대한 흡수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등 소주 가격을 8.2%, 동아원이 밀가루 가격을 평균 8.7% 인상한다고 발표하고, 두부 콩나물 조미료 등의 가격인상도 예고되면서 서민생활 물가를 위협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 “가공식품 가격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부당ㆍ편승 인상에 대해서는 경쟁당국 등 범부처적으로 엄중히 대처하겠다”며 “담합 등 불공정행위 및 탈세혐의 등과 관련해 공정위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부당이득을 적극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강조한 바로 이날 그간 묶어놨던 공공요금을 잇달아 올려 ‘이중적인 행태’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국토해양부는 27일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8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노선별로 100~400원씩 각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상으로 그렇지 않아도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천공항 고속도로 통행료는 7,7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된다. 서울외곽고속도로와 대구~부산 고속도로는 전구간 기준으로 각각 4,500원에서 4,800원으로, 9,700원에서 1만100원으로 요금이 오른다.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상안을 승인해달라고 지식경제부에 요청했고, 대전광역시는 내년 중순부터 시내 택시 기본요금을 평균 16.9% 인상하기로 해 나머지 지자체들도 조만간 인상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으로 4.7%를 제시했다.
또 국토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도 내년 1월 1일부터 전국 광역단체 등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요금과 댐 용수 요금이 각각 4.9% 인상됨에 따라 가구 당 수도요금이 141원씩 오른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광역상수도 및 댐 용수 요금이 원가 대비 82% 수준으로 떨어져 7년 만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지만 정부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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