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즉시연금 가입 열풍을 불러왔던 정부의 비과세 혜택 철회 방침이 대선 종료와 함께 연말까지 다시 국회에서 논의된다. 예정대로 철회하겠다는 정부 입장과 업계 반발 사이에서 절충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정부안이 흐트러지면서 소비자와 보험사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과 정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조세소위를 열어 장기 저축성보험에 대한 정부의 과세방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결론이 모아지면 27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거쳐 확정되지만 여전히 전망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올 8월 발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서 계약기간 10년 이상인 저축성보험에 대해서도 10년 안에 200만원 이상 중도 인출할 경우 기존에 부여하던 비과세혜택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즉시연금은 그 동안 10년 이상 계약시 비과세 대상이었으나 앞으로는 종신형(원리금 분할 수령) 계약에는 4.4%의 연금소득세를, 상속형(이자만 받다 계약종료 후 원금 상환) 계약에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보험사ㆍ은행 등 금융사는 "올해 안에 들어야 세금을 피한다"며 대대적인 '절판 마케팅'을 벌였고 소비자들도 대거 가입행렬에 몰렸다. 올 들어 7월까지 월 3,000억원에 머물던 7개 은행의 즉시연금 신규판매 금액은 8월과 9월, 3배 이상 급증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즉시연금 급증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생명보험사는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너무 성급했던 셈이 됐다. 기재위 여야 의원들은 "일률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면 노후대비가 필요한 중산층까지 피해를 본다"며 정부안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잔뜩 상품을 팔았던 보험사나 이리저리 돈을 모아 서둘러 가입했던 가입자는 논의 결과에 따라 괜한 무리수를 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 동안 "즉시연금 가입자의 80%는 가입금 3억원 이하의 중산층"이라며 과세방침에 반발해 온 보험업계는 과세를 하더라도 3억원 또는 5억원 이상에만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즉시연금이 급증한 현실을 감안해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로선 결론이 나올지, 논의가 내년으로 넘어갈 지 예단키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회가 최종 입법기관은 맞지만 이미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정부방침을 법 시행 직전까지 끌다 수정하는 관행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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