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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2월 21일] 나누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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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2월 21일] 나누는 시간

입력
2012.12.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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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가까워오면 백화점이나 공공시설에 커다란 그림문자가 등장한다. 심장그림에 나누기, 더하기 기호가 따라 붙는다. 한국사람은 이 그림문자를 보는 순간 뜻을 금방 알아챈다. 사랑을 나누고 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 뜻을 이해할까. 알파벳권의 서구 사람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사람들조차 그림문자의 의미를 알기 힘들 것 같다. 이 그림문자는 오로지 한글문화권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 '나누다'는 두 가지 뜻을 갖는다. 분량을 쪼개는 것도 나누다라고 하고 다른 사람과 제 몫을 공유하는 것도 나누다라고 한다. 영어나 불어, 한자어는 그렇지 않다. 이들 언어권에서 온 사람들은 왜 한국인들이 성탄절이면 사랑을 분할해야 한다는 그림문자를 내거는지 참 의아할 것이다.

다른 의미 두 가지가 왜 한국에서는 독특하게 같은 단어로 나오는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한반도에 오래 전부터 살았을 이들의 행동양식이 떠오른다. 이들은 무언가를 분할했고 이것을 나눠 가졌다. 이 동작은 연속해서 일어난다. 그러니까 '나누다'라는 순수한 우리말을 만들고 쭉 써온 조상들에게 무언가를 가르는 행위는 함께 누리기 위한 사전행위였다. 나누면 나누는 것은 너무 당연해서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단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무언가를 쪼개는 것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의미는 아니다. 풍요의 열매를 나누는 원시 전통은 아스라히 사라져서 버는 사람은 더 벌고 못 버는 사람은 더 못 버는 게 현실이다. 올봄에 노동사회연구소가 2010년 연말정산자료를 토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과 비교한 지니계수를 냈더니 0.503으로 2009년의 0.494에서 더 나빠졌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국가이다. OECD 평균은 0.314였다. 또 상위소득 10%가 하위 10% 소득의 몇 배인가를 따졌더니 5.23배여서 소득 격차가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5.71) 다음으로 컸다. 이 같은 소득불평등은, 가진 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정책을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유산이다. 이 유산을 박근혜 정부가 떠맡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잖아도 열띤 선거전에서 나라 자체가 나뉘었다. 지역별로 나이별로 의견이 갈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적으로 돌리고픈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나누면 나누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 밖에 없다. 당선으로 누리게 된 권력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누구나 누리게 나누는 것 말이다. 선거운동을 할 때 활용했던 것이 지역색이라는 분할의 나눔이었기에 이 같은 나눔의 치유는 더욱 절실하다. 물론 구체적으로는 풍요의 과실이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부익부 빈인빈의 고리를 끊고 새누리당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지킬 때 나뉘었던 상처가 극복이 될 것이다.

통합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보편적인 상식을 나누는 것이다. 그동안 역사인식에서 박근혜 당선인이나 주변 사람들은 상식에 어긋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사과를 하고 바로잡겠다 약속하며 앞으로 나아왔는데 권력을 잡은 후 이를 번복한다면 통합은 물 건너 간다. 이미 19일 선거개표방송에서 MBC는 '5.16군사혁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같은 퇴행을 누구보다 먼저 박근혜 정부 인수위가 바로잡고 박정희 독재의 유산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언행은 삼가고 삼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권력이 검찰 경찰 국정원을 사유화하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 엄정하게 밝히고 처벌하는 역할도 기대하겠다.

새누리당이 청년유권자들에게 먹히는 '반값 등록금' 정책보다 고교의무교육을 우선한 원칙은 바람직했다. 대학생보다 약자인 고교생을 우선 생각한 이런 원칙을 보편적인 곳으로 확산하며 통합에 성공하는지 지켜보겠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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