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7일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아내 미셀 오바마의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에 투표했다면 리트윗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배우와 가수 등 인기스타들도 지지 후보를 밝히며 '인증샷'을 올렸다. 반면 그제 우리 대선 투표일에는 후보들이 자신을 찍어달라고 촉구하는 SNS를 서로 발송했다며 비난에 열을 올렸다. 투표일 당일에는 SNS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도록 한 선거법 때문이다. 투표 전날까지는 괜찮고 당일은 금지하는 조치가 합리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 이번 대선은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허용된 첫 선거였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SNS를 통한 선거규제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완화됐다. 조직동원과 금권선거가 크게 줄어드는 등 선거운동 양상이 달라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SNS에서 민심을 읽고 선거전략을 짜는데 도움을 줬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를 일컫는 '카페트 선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투표율 급상승에는 카페트 선거의 영향이 컸다.
■ 카페트 선거의 역기능도 적지 않았다. 각종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의 진원지였다. 선거 전날 '김정남 망명설' '문재인 1조원 비자금 세탁설' 등 황당무계한 유언비어가 SNS에서 순식간에 퍼졌다. "숨겨 놓은 사생아 전격 공개" "아버지는 북한 인민군 출신" 등의 글까지 무차별 유포됐다. 선관위의 새누리당 미등록 선거사무실 고발로 SNS에 불법적으로 글을 올리는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했다.
■ 카페트 선거가 2030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게 이번 선거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톡'은 5060세대의 투표 독려를 이끈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카톡 채팅방이나 카카오스토리에서 "투표했느냐"며 확인하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등 젊은이들 뺨칠 정도였다. 웬만한 장년층도 스마트폰을 보유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풍경이다. 카페트 선거의 순기능은 살리고 대신 자정기능을 강화하라는 게 이번 선거가 부여한 과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