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당선은 교육마저 정략과 이념으로 뒤흔들려선 안 된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분명히 반영된 결과다. 대선과 달리, 문 교육감이 54.17%를 얻어 전교조 출신으로 37.01%를 득표한 이수호 후보를 압도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문 신임 교육감은 "학생은 학업에 열중하고, 교사는 학생 성장을 돕는 일에 열중하고,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안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천명했다. 모든 걸 뒤흔들려다 제풀에 넘어진 곽노현 전 교육감과 달리, 교육의 기본을 새삼 되새긴 진중한 마음가짐에 신뢰를 보낸다. 사실 이지러지고 흩어진 교육현장을 수습할 수 있는 건 허튼 진영논리가 아니라, 깊이 통찰하고 실용을 추구하는 중용(中庸)의 무게일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학생인권선언 등 이른바 진보교육감표 정책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경박한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전임자와 똑같이 교육현장에 다시 공연한 갈등만 불러올 것이다. 다수가 곽 전 교육감의 학생인권선언 추진이나 무상급식 강행을 비판했던 건 그게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분히 정략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왕 이루어진 일인 만큼 조용히 고칠 건 고치되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 하길 바란다. 혁신학교 문제도 학업성취도 불량 등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차분하게 가능성을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남다른 경륜을 갖춘 문 교육감이 진영논리로 경직된 일부 시ㆍ도 교육행정에 '중용의 모범'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험 없는 중학교 1학년'이나 '종일 돌봄학교' 같은 내실 있는 공약에 거는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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