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투표율만 높으면 이긴다고 보고 투표율 제고에 매달렸는데 자신들도 기대하지 못했던 75.8%의 높은 투표율에도 졌다. 그것도 그냥 진 게 아니라 108만여 표차나 되는 대패다. 민주당은 개표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좀처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제1야당의 앞날이 시계 제로다. 당내에서 친노 주류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환골탈태의 목소리가 높겠지만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제대로 정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 재건을 이끌 리더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계파간 갈등 격화로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거나 신당창당 등 야권 전면 새 판짜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안팎에선 문재인 후보의 패인으로 미완의 단일화와 쇄신 부족 등 여러 요인이 꼽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단일화와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시대가 요구하는 문 후보만의 그 무엇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과거 김대중의 '뉴 DJ플랜'이나 강한 개성으로 대중의 변화 희구 심리에 파고들었던 노무현에 필적하는 브랜드가 없었다. 2030세대의 투표율 높이기에만 급급해 전체 유권자의 40%에 달하는 5060세대를 방치한 것도 주요한 패인이다. 그 동안 세대 대결의 단맛에 빠져 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 향후 선거에서 비중과 영향력이 더욱 커질 5060세대에 다가가지 못하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보수-진보 1 대 1 맞대결이 펼쳐진 이번 대선 패배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 그 동안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야권과 진보세력 연대 프레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과 진보세력의 근본적 인식 전환 없이 단순한 새 판짜기나 이합집산은 위기 탈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리멸렬한 제1야당으로는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견제하기 어렵다. 우리가 민주당이 하루빨리 대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강하고 당당한 제1야당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