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름을 딴 지명을 남극에 붙이자 남극 영유권을 주장해 온 아르헨티나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대서양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를 놓고 전쟁까지 불사하며 장기간 갈등을 빚어 온 두 나라가 남극 영유권 문제에서 다시 충돌한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가 여왕 이름을 지명에 반영한 영국의 조치를 "조직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언론 역시 영국의 행동을 도발로 규정하며 비판 기사를 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조만간 영국 정부에 공식 항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18일 영국 외무부는 올해로 즉위 6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예우 차원에서 약 43만7,000㎢에 이르는 영국령 남극 대륙 일부 지역을 '퀸 엘리자베스 랜드'로 명명했다. 웨들해에서 남극점까지를 포함하는 삼각형 형태의 이 지역의 면적은 영국 본토(24만4,820㎢)의 두 배에 이른다. 영국은 남위 60도 이남, 서경 20~80도에 이르는 지역을 자국령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남미 대륙의 남쪽 끝을 양분하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역시 이 지역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여왕에 선물을 주는 형식을 취했지만 자원이 풍부한 남극에서 선제적으로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국 반발을 감수하면서 일부러 지명을 붙인 것으로 평가한다. 클라우스 도즈 런던대 지정학 교수는 "지명을 붙이는 것은 특정 지역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며 "영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 말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1982년 남미 대륙에서 500㎞ 떨어진 포클랜드 제도를 놓고 75일간 전쟁해 영국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양국은 종전 후에도 영유권을 놓고 30년 동안 외교전을 계속했고 특히 올해 2월 영국군이 아르헨티나의 반발에도 윌리엄 왕자를 포클랜드에 파견한 이후 두 나라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 상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