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大)탕평책으로 끊겠다"고 다짐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했던 말이지만, 다시 들어도 새롭다. 화해와 통합, 소통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이루어진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했던 국민의 기대가 오래지 않아 실망으로 바뀌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박 당선인 특유의 생활ㆍ경제 중심 인식에 기대어 그런 다짐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다시 기대해 본다. 그는 장바구니 물가와 일자리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잘 살아보세' 신화를 다시 만들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것이 국민 대통합, 경제 민주화, 국민 행복의 길이라는 말에서 구체성이 느껴진다. 실질적 생활의 개선 없이 국민의 소외감을 해소할 수 없고, 서민과 중소기업의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으르기' 차원의 한풀이로 끝나게 마련이다. 그의 대선 승리도 당내 논란과 야당의 공세를 무릅써가며 선택한 현실정합적 경제민주화 해법에 적잖이 힘입었을 듯하다.
박 당선인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지지자에게 화해와 통합의 첫 손을 내민 것도 눈에 띈다. 그는 문 후보의 '국민을 위한 마음'을 환기하고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그 마음을 늘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우선은 패자에 대한 위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지만 국민에 대한 '연대채무'의 확인이기도 하다. 화해와 통합은 결국 야당과 그 지지자를 향해 가장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에 대한 '연대채무'의 강조는 그 동안의 화해 노력이 실패했던 커다란 요인이면서도 거의 지적되지 않은 야당과 국민 절반의 비타협을 일깨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정치지도자가 아무리 화해와 통합의 의지를 불태워도 이를 인정하기 싫은 반대자들이 완강히 거부해서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극적인 여야 세력 결집이 이뤄진 탓에 계층과 세대, 지역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당선인과 지지자들이 통 큰 포용을 우선 보여야 하지만 야당과 지지자 또한 겸허히 마음을 열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반복돼 온 실패의 역사를 되새겨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스스로의 협량(狹量)을 되돌아볼 때가 됐다. 그래야 사회정서의 안정과 생활향상이라는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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