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이 울상이다. 신용 카드 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병상이 30개가 넘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 기관은 카드 수수료율이 1.5~2.5% 정도다. 신용 카드 결제로 발생한 병원 매출액의 1.5~2.5%를 카드 회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22일부터는 이 수수료율이 최대 2% 후반 대까지 올라간다.
수수료율이 갑자기 바뀌는 이유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때문이다. 개정된 법은 영세한 신용 카드 가맹점이 높은 수수료율로 피해 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연 매출 2억원 이하인 가맹점에는 낮은(우대) 수수료율을, 그 밖에는 일반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신용도가 높고 공공성을 띠고 있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받아온 병원들이 이젠 매출 규모로만 따져 일반 수수료율을 따라야 하는 가맹점이 된 것이다.
보통 가맹점들은 수수료율이 올라가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인다. 지출이 느니 수입도 늘려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은 진료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상당 부분의 진료비(수가)를 나라에서 정해준 대로 받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수득 수준과 관계 없이 기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의료의 공공성에 기반한 제도다.
최근 의료계와 정부는 내년 수가를 평균 2.3% 올리기로 합의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700곳에 수가 인상분을 적용하면 병원에 남는 순수익이 약 126억원인 반면, 카드 수수료 증가액은 약 803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이 상태로는 의료 선진화를 위한 장비나 시설 투자는커녕 카드 수수료 부담만으로도 허덕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병원의 공익적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건 문제라는 주장이다.
당장은 병원과 카드 회사 간의 이익다툼 정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카드 수수료 증가로 지출이 늘어 나는 병원은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진료를 조금이라도 더 해야 경영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병원이 계속해서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카드 회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하면 환자가 특정 카드로는 진료비를 결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마저 있다. 한 대학병원의 재무팀장은 "향후 수가를 조정할 때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수가가 올라 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면 결국은 소비자(국민)가 병원의 카드 수수료율 인상분을 어느 정도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곤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병원과 카드회사 간의 원만한 합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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