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만 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요실금 증상을 조금이라도 겪고 있는 여성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다. 최근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와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추정한 수치다. 그러나 요실금 때문에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약 8만3,000명에 불과하다.
증상이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는 생각 때문에 의사를 찾지 않고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며 되레 병을 키우기도 한다. 잘못 알려진 요실금 상식을 두 학회의 도움으로 바로잡는다.
물을 덜 마시면 나아진다?
요실금 증상을 경험하면 물 마시는 양부터 줄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무조건 수분 섭취를 줄이는 건 오히려 요실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물을 적게 마시면 방광 속 소변의 농도가 진해져 방광 점막이 더 쉽게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요실금 증상이 있어도 적절한 수분 섭취는 필요하다.
음식은 별 관계 없다?
맵고 짠 음식은 위뿐 아니라 방광 역시 자극해 요실금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짠 음식은 수분 섭취량을 함께 늘리기 때문에 더 안 좋다. 알코올 음료나 탄산 음료, 커피, 신 주스, 우유나 유제품, 토마토 함유 식품, 초콜릿, 인공 감미료, 꿀, 설탕 등도 방광을 자극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는 "하루 커피 4잔 분량의 고농도 카페인을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요실금 발생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화장실 자주 가는 게 좋다?
소변을 습관적으로 자주 보면 방광 용적이 줄어들어 요실금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배재현 교수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소변 보길 권한다"며 "화장실 가는 간격은 3시간, 횟수는 하루 7번 이하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심하면 처음엔 15~30분마다 보다 점점 2~3시간으로 간격을 늘려가는 게 좋다.
변비와 요실금은 무관하다?
변비가 있으면 뭉쳐 있는 변이나 장 속 가스가 방광을 자극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또 변을 볼 때 배에 힘을 많이 줄수록 방광의 압력이 증가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요실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몸무게가 늘면 뱃속 압력이 증가하면서 방광도 자극을 받아 요실금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실금은 여자에게만 생긴다?
지난해 대한비뇨기과학회지에 실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약 2.9%의 남성이 요실금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요실금의 가장 큰 원인은 전립선비대증이다. 나이가 들면서 커진 전립샘이 요도관을 압박해 방광의 출구가 막히면서 소변이 자주 나오거나 소변을 참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나이 많은 사람만 생긴다?
나이가 들면 방광 근육이 탄력을 잃으면서 요실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맞다. 실제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요실금 유병률도 증가한다. 그러나 출산도 주요 원인이다.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방광을 받쳐주는 요도 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불안정해지거나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라도 소변을 자꾸 참거나, 다리를 꼬거나, 쪼그려 앉거나 몸에 꽉 맞는 옷을 입는 등의 습관이 오래되면 요실금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날씨와는 관계 없다?
추워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 배출량이 줄면서 땀으로 빠져나가야 할 몸 속 수분까지 소변으로 나오게 된다. 또 바깥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면 혈액 순환이 갑자기 빨라져 소변이 자주 마려워진다. 결국 겨울에 요실금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럴 때 감기라도 걸리면 기침 할 때 순간적으로 복압이 올라가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 더 잦아진다.
외부활동은 피하는 게 좋다?
두 학회가 요실금을 인지하고 있는 30~64세 여성 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가 외출이나 운동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사회활동이 어렵다는 응답도 48.7%였다. 요실금을 수치스럽게 여겨 혼자 끙끙 앓다 우울증을 겪는 환자가 10명 중 3명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이런 인식이나 행동이 치료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변에 증상을 이야기하고 함께 극복해 가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요즘에는 활동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속옷처럼 입는 요실금 팬티도 나와 있다.
●요실금 증상 완화하는 운동 방법
임소형기자
요실금 증상이 심하면 약이나 수술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경미한 정도라면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 영국의 한 의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루 3번 3~6개월 이상 골반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60~80%의 여성 요실금 환자가 증상 호전을 보였다. 이에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와 대한비뇨기과학회, 유한킴벌리는 요실금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요실금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요실금 증상이 있을 때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방법을 제안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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