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숙원이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18일 임시 이사회에서 무산됐다. 어윤대 회장은 2010년 취임부터 강조해온 금융 계열사 다양화를 결국 이루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시장에선 ING생명의 연간 순이익과 주가수익비율 등을 감안하면 인수할 경우 KB금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해왔다. 또 어 회장의 주장처럼 국민은행에 80%이상 편중된 금융지주의 계열사 구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치 금융인'이란 평가를 받아온 어 회장의 리더십 한계가 아쉽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현 정권 내내 금융권 안팎에선 "권력 실세들이 금융지주 회장에 자리잡고 있어 당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갔다. 그리고 정권 말에 이르자 당국은 그 동안 쌓였던 불만을 분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이 추진한 외환은행 출연금 문제에 제동을 건 것이나, 이번 ING인수와 관련한 어 회장의 술자리 난동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국내 금융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가 없고, 국제 금융시장이 기침만 해도 몸살을 앓는다. 이는 금융산업이 여전히 관치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관치라는 완고한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부당한 간섭에 맞설 수 있는 실력 있는 금융인이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수장은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전문성에 따라 임명되는 전통이 하루속히 정착돼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한가지 희망을 발견했다면 그 동안 거수기 역할만 하던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보험업 수익성 전망이 악화된 환경에서 ING생명 인수는 모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사외이사 선발 방식으로는 이 같은 소신 표결이 또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직도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를 경영진이 선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은 새 대통령이 탄생에 맞춰 이런 금융권 구시대 관행도 개혁되기를 기대한다.
박관규 경제부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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