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육계와 학부모들을 아울러 학생들만 생각하고, 선생님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19일 치러진 서울교육감 재선거에서 승리가 유력시되는 문용린 후보는 교육계의 통합을 강조했다. 선거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로 분열된 교육계의 안정을 우선적으로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주요 정책들은 수정ㆍ폐기되거나 중단될 것으로 보여 분열된 교육계가 쉽게 봉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발표 직전 부인과 함께 캠프에 도착했다. 이돈희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와 나란히 앉아 출구조사 결과를 본 문 후보는 득표율 52.6%로 이수호 진보 단일 후보에 13%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선다는 결과 발표에 환호하는 캠프 인사들과 기쁘게 인사를 나눴다.
캠프 관계자는 "이상면 후보가 사퇴하면서부터 승기를 잡은 것 같다"며 "(이상면 후보가 사퇴하지 않았으면) 이수호 후보와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면 후보는 선거 5일 전인 14일 돌연 사퇴하고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투표용지 기재순서가 첫 번째여서 10% 이상 득표가 유력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사퇴를 선언해 보수표가 결집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곽 전 교육감 시절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었던 학생인권조례부터 문 교육감은 "어린 학생들에게 인권만 강조하고 책임과 의무는 도외시한다"고 평가하고 있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조례를 통과시킨 서울시의회와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무상급식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대신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화장실ㆍ냉난방 시설 등의 시설개선사업비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운영 중인 혁신학교도 추가 지정 없이 61개교로 유지된다.
문 후보의 가장 획기적인 공약인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는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1학년 동안 진로탐색학년제를 도입해 중간ㆍ기말고사 등 필기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교육 풍토 상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임기가 1년 6개월여로 이를 밀어붙일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폐지 논란이 일었던 고교선택제도 현행대로 운영되고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에 대해서는 교과부의 방침을 그대로 따라 기재토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안북도 삭주 출생 문 교육감은 여주농고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8월 정년 퇴임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도 맡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8월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장관 재임시 성적 위주 경쟁 교육 지양, 진로 교육 강화 등 당시로선 개혁적인 정책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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