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소아마비 예방접종 활동가 등 9명이 피격돼 목숨을 잃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 주최 소아마비 예방접종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 활동가 한 명이 19일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 3명에게 총격을 받아 남성 운전자와 함께 즉사했다. 이날 20대 남성 활동가도 페샤와르 시내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17일 캠페인이 시작한 후 무장세력의 총격으로 남부 카라치 등에서도 활동가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17세 소녀도 포함돼 있었다. 유엔은 19일 파키스탄 전역에서 소아마비 예방접종 캠페인을 즉각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총격 사건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페샤와르 북부를 기반으로 하는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TTP는 지난해 5월 미군이 파키스탄 의사 샤킬 아프리디를 고용해 위장 예방접종 작전을 펼쳐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한 데 앙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아프리디가 채취한 혈액을 분석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냈다. 빈 라덴 사살 이후 '소아마비 예방접종 사업이 어린이를 불구로 만든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등의 괴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파키스탄 내 소아마비 예방접종 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활동가도 있다. 페샤와르에서 활동하는 자베드 마르와트는 "캠페인을 멈추면 예방 접종에 반대하는 무장세력들을 키우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와 함께 소아마비가 가장 만연한 세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파키스탄 소아마비 발생 건수는 지난해 192명에서 올해 56명으로 크게 줄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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