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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박근혜] "농사도 자신 있게 대물림 시키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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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박근혜] "농사도 자신 있게 대물림 시키는 나라로"

입력
2012.12.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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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약에서도 제대로 취급 받지 못하는 농업분야에 신경을 써주세요."

'신세대 농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라디오찬조연설을 했던 고태령(31)씨의 말이다. 손에 땀을 쥐며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고씨는 마침내 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씨는 경북 안동시 길안면 천지리에서 부친의 뒤를 이어 사과, 옥수수, 연맥, 귀리를 재배하는 젊은 농부다. 새누리당 지지자도 아니고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는 고씨가 박 당선인을 위해 라디오찬조연설을 했던 이유는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박 당선인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 공약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봤다"며 "도와달라는 박 후보 쪽의 연락을 받고 바라는 것 없이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신세대 농부로 청년농업인 단체인 한국4-H중앙연합회의 회장을 지낸 경력을 높이 사 고씨에게 찬조연설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고씨도 박 당선인의 농업 공약이 만족스럽지 않다. 박 당선인은 헥타르당 쌀 직불금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 농자재 가격 안정과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농기계 임대사업소 400개 이상 확대, 생산자, 협동조합, 소매점으로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단순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고씨는 "농부의 눈으로 보면 박근혜ㆍ문재인 두 후보 모두 진짜 농민들에게 필요한 공약은 제시하지 못했다"며 "박 당선인은 농촌 현실을 직시한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씨가 말하는 농촌의 현실은 칠레, 미국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타격, 특히 소농들이 겪어야 하는 빈곤의 악순환이다. 고씨는 "남의 땅을 빌려 임대료를 내가면서, 그것도 대출까지 받아 값비싼 농기계를 사들여 농사를 지어봤자 천재지변으로 망치면 생계를 잇기는커녕, 빚 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게 소농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농들 중 자기 땅에 농사를 짓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실제 농사일을 하는 농민에게 돌아가라고 도입한 쌀 직불금도 편법으로 땅 주인에게 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한 고씨는 역시 농부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과농사를 시작으로 가업을 이었다. 고씨는 "부친께서 늘 '농사의 기본은 인내'라시면서 혹독하게 농사를 가르치셨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스승이었던 아버지는 그가 농사를 시작한지 7개월 만에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그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고씨는 "대학에서 배운 대로 이십만 그루의 사과묘목을 심었고 정성껏 키웠지만 체계적인 판로가 없던 탓에 10%도 팔지 못하고 말라 죽어가는 묘목들을 강가에 쌓아놓고 불을 지른 뒤 아버지 산소에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전국 곳곳의 종묘사나 농약 판매처를 발로 뛰며 묘목 판로를 개척했다. 과수묘목 농사가 안정되자, 귀리, 연맥 재배에 도전해 작지만 성과를 거뒀다.

고씨가 박 당선인에게 바라는 농업정책은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고씨는 "농산물 생산량 제한제나 목표제를 도입해 정부에서 종자를 보급할 때부터 농산물마다 계획적으로 생산되게 유도해야 한다"며 "지금은 배추 값이 좋으면 너도나도 다 배추농사를 지어 폭락하고 그 피해를 농민들이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씨는 "농업은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생명산업"이라며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주말 결혼을 한다는 고씨는 "자녀를 낳으면 아이들에게도 농사를 짓게 할 생각"이라며 "농사도 자신 있게 대물림 시킬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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