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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 "얼굴 맞대고 서로 이야기 나눈다면 오해·편견은 간단히 해소된다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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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 "얼굴 맞대고 서로 이야기 나눈다면 오해·편견은 간단히 해소된다 믿어"

입력
2012.12.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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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님

편지 감사합니다. 편지를 읽는 동안 김연수씨가 늘 보여주는 수줍은 웃음이 눈에 선했습니다. 우리는 만나면 늘 그런 식으로 우선 웃지요.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부터 저는 한국 출판 관계자들에게서 대담을 한다면 상대는 김연수씨가 좋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깊은 사색이 매력적인 작가이니 분명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고 했지요.

몇몇 사람들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토록 나와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는 '수수께끼의 남자' 김연수씨가 쭉 마음에 걸렸습니다. 당시는 아직 김연수씨를 몰랐으니까요(김연수씨도 아마 그랬겠지요).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처음으로 우리의 신문 대담이 성사됐습니다. 그때도 일본과 한국은 정치적으로 긴장돼 있었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이제부터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 할 때 자연스럽게 그리 하듯. 그래도 나는 김연수씨의 배려가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우리는 이야기가 잘 맞았고 마음 또한 그랬습니다. 그 후 김연수씨의 라는 단편을 읽고,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의 사람이었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나는 한국에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마음의 위로가 됩니다. 재작년 기타큐슈에서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포럼이 열리던 밤, 늦게까지 주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국 작가 ―물론 중국 작가도―모두가 그렇습니다. 우리 이웃해 있는 나라 사람들끼리는 그런 친한 친구 몇 명쯤은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분명 해결해야 할 정치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국에 대한 조야스러운 오해나 편견은 일주일쯤 그 나라에 가서 홈스테이라도 하면 간단히 해소될 수 있는 것이라 나는 믿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상상하는 추상적인 한국 국민, 일본 국민이 아닌 실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상대의 리얼리티를 믿어야 합니다. 그 친밀감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어떤 커다란 가치관을 국가간에 공유한다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릅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교류를 통해 서로가 친밀감과 우애를 발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큰 유대관계보다 훨씬 긴밀해 쉽게 해체되지 않는 탄력을 지니고 있지요.

조만간 서울에 갈 예정입니다. 그때 다시 한 잔 하면서 이 이야기의 다음을 계속합시다. (번역 김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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