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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1일] 설치류 군디의 결벽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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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1일] 설치류 군디의 결벽증

입력
2012.12.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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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군디'라는 설치류의 생태를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쥐목, 군디과, 군디속에 속하는 이 동물은 아주 특이한 습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흔히 인간들만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결벽증이 그것이었다.

군디는 주로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는데, 저녁에만 활동하고 초식을 주로 한단다. 그런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 외에 군디들이 주로 하는 일은 제 몸의 털을 고르고 치장하는 것이다. 고고하고 깨끗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처럼 고고한 결벽증을 가진 군디가 실수로 웅덩이나 진흙탕 같은 데 빠져 몸이 더러워지기라도 하면 아주 극단적인 행동을 보인다. 더럽혀진 자신의 몸을 보고는 낙심한 나머지 스스로 제 몸을 마구 더럽히는 것이다. 일부러 진흙탕에 들어가 몸을 뒹굴리거나 나무 등걸에 몸을 비벼대는 식으로 말이다. 내 몸은 이미 더러워졌어, 나는 이제 깨끗해질 수 없어라며 자포자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군디의 생태가 너무나도 신기하고 놀라워서 그 당시 메모를 남겼다. 그때 내가 남긴 메모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외상은 내상이 전이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들 중에는 확실히 군디의 생태를 닮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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