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양상을 보인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해외 언론에게도 중요한 뉴스였다. 19일 종일 한국의 대선 과정을 보도한 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날 오후 6시 투표가 끝나고 방송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이길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교도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후보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외신들은 이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조적인 이력을 부각하고 두 사람의 경제 및 대북 정책을 비교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박 후보는 1961~1979년 남한을 철권통치한 박정희의 딸이고 문 후보는 바로 그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선 학생운동가 출신”이라고 두 사람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선을 ‘독재자의 딸’과 ‘북한 피난민 아들’의 대결로 규정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박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문 후보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로 소개한 뒤 이번 대선을 ‘두 고인의 아바타 경쟁’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 역시 ‘두 계승자의 대결’이라고 이번 대선을 규정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NYT는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북 강경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 뒤 “하지만 이것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박 후보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것으로 보면서도 대규모 경제 지원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우선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문 후보는 대북 지원과 비핵화 유도를 병행하려 한다면서 “남한의 외교정책이 미국에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문 후보의 발언을 소개했다.
영국 BBC방송은 시간대별 투표율을 전하며 일자리 문제 등 경제 문제가 선거를 지배하고 있으며 두 후보 모두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은 2007년 대선 투표율과 이번 대선 투표율을 비교하며 두 후보가 치열하게 접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불만이 쌓인 국민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렸다는 뉴스도 내보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대선이 유례없는 초박빙 선거라면서 세대별 투표율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결국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언론은 박 후보는 ‘얼음 공주’, 문 후보는 ‘흰 머리의 노동 변호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대선이 박빙 승부를 펼쳤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후보 대 앨 고어 후보의 대결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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