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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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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바란다

입력
2012.12.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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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어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의 대선 승리는 한국 정치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이자 2세 당선이다. 또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어낸 의미도 각별하다. 한편으로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두 차례나 ‘DJP 연합’이나 ‘후보단일화’ 등 정치공학 기법에 꺾였던 것과 달리 끝까지 ‘대세론’을 관철해 선거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박 당선인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사퇴에 따른 문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막판 사퇴의 영향까지 뿌리쳐냈다. 박 당선인의 승리로 새누리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것도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야당의 재집권과 함께 5년 단임제의 결점을 일부 보완할 정치안정책으로 여겨질 만하다.

문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고 안정적 득표에 성공한 박 당선인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또 끝까지 열의를 다한 문 후보에게도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역대 대선 사상 드물게 보는 맞대결로 뜨거운 득표 경쟁을 벌이면서도 과거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이 덜했다는 점에서 둘 다 박수를 받을 만하다. 아울러 밤낮을 가리지 않는 선거전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두 사람에게 잠시나마 편히 쉴 것을 권한다.

대선 승리에 이르기까지 박 당선인은 숱한 정치적 시련을 극복해야 했다. 그는 길게 보아 5년 전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패하는 순간부터 곧바로 차기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공식적으로 8월20일 전당대회에서 84%의 지지를 획득해 후보로 지명되어 대세론을 두터이 했지만 야권의 후보 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동네북 신세가 됐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한꺼번에 계승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5ㆍ16과 10월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판 등에 대한 역사인식을 수정해야 했고, 독신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수모도 컸다. 이를 뒤집어 국민의 삶을 따뜻하게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내세워 공세를 이겨낸 게 결코 예사롭지 않다. 이번 대선 승리로 박정희 시대의 공과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에 정치적 종지부를 찍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더 이상의 국민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박 당선인의 어깨는 무겁다. 여야 또는 보수ㆍ진보 양 진영이 조직과 이심전심을 통해 양쪽으로 결집해 건곤일척의 승리를 다퉜다. 그런 선거전 양상으로 더욱 절실해진 선거 이후의 국민 통합과 화해는 거의 전적으로 승자의 관용 자세에 달려있다. 박 당선인이 문 후보와 민주당에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고 문 후보 측은 진정으로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 당선인은 또 앞으로 새 정부의 정책 운용에서도 그 동안 야당이 주장해 온 정책구상을 되도록 폭넓게 수용하려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다짐을 거듭했던 국민대통합과 화해의 실제 과정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일부 희석되었다지만 대구ㆍ경북 지역과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거듭 확인된 뚜렷한 지역성향도 국민 통합의 과제를 무겁게 한다. 당선자의 관용과 화해의 의지는 내년 2월 25일 취임 이후의 인재등용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겠지만 그에 앞서 국민 전체를 향해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선거가 끝난 만큼 국민은 더 이상 내 편, 네 편이 따로일 수 없다. 세대별ㆍ지역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 정치 성향도 앞으로 새 정부의 정책에서 차별적 고려의 대상일 수 없다. 열띤 선거전에 따른 감정의 앙금을 씻는 데 국민의 협조 또한 중요함은 물론이다.

민주화 이후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려온 대선 투표율이 확연히 반등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75.8%의 잠정 투표율은 2007년의 63.2%, 2002년의 70.8%를 크게 웃돌아 1997년 대선의 80.7%에 많이 접근했다.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적극적 투표 의향을 드러낸 79.9%의 유권자 대부분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것은 그만큼 정치 관심, 특히 정치쇄신과 정치개혁을 겨냥한 열망이 컸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이 공약한 대로 적극적 정치쇄신 의지를 재확인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 구체적 실천의 핵심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란 점에서 그 법제화를 위한 대 국회 설득과 협조가 긴요하다.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진영대결 의식 못지않게 유권자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 것은 야당과 달리 실현가능성이 커 보이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력의 회복, 일자리 확대, 복지 증대 등 민생 관련 정책이었을 법하다. 시대적 추세인 경제민주화는 구호로서는 배타성이 강할수록 매력적인 느낌을 주지만 구체적 실현 과정에서는 고도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요구된다. 세계경제의 불안한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대기업의 연구개발 및 투자 의욕을 차갑게 식혀 결과적으로 국제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양질의 일자리만 줄이는 역효과를 부르지 않도록 정책목표와 현실의 조정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복지 증대도 경제ㆍ재정 실상에 맞춘 탄력성을 갖지 못한다면 아동수당 등 장밋빛 공약의 뒤늦은 포기로 집권 3년3개월 만에 처절한 패배를 겪은 일본 민주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더욱 엄밀히 검토해 무리라고 판단되는 공약이라면 취임 전에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낫다.

확고한 안보 태세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한편 남북관계의 화해 기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말처럼 쉽지 않다. 주변 강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중화민족 부흥을 내걸었고, 월말에 출범할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할말을 다하는 일본’을 미리 내세웠다. 재집권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도 적극적 아시아 개입 움직임을 보여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이 복잡다단한 협력ㆍ갈등 관계에 얽혀들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이 외교안보 역량을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빛낼 수 있어야 이 난해한 방정식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다.

이런 많은 과제에 박 당선인이 주눅이 들 이유는 없다. 개인적 고난을 이겨낸 것은 물론 정계 입문 이후 여러 차례 개인과 정당의 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국민적 지지를 믿고 뚜벅뚜벅 걸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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