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총리로 취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연립 정당인 공명당과 합치면 중의원 의석수(480석)의 3분의 2를 넘는 325석을 확보했지만 공명당이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유권자들도 개헌보다 경제 회생을 요구하고 있어 헌법 개정은 시간을 두고 우회하는 전략을 사용할 전망이다.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재는 18일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와 연립정권 설립에 합의하면서도 개헌 논의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헌법 9조 개정과 국방군 창설을 반대하는 공명당과 엇갈린 견해가 돌출되기라도 하면 대내외적인 신뢰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재는 다른 한편으로는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와 모두의당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헌법 개정 관철을 위해 공명당과 결별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재가 이들 정당과 연계하려는 또다른 목적은 민주당이 제1당인 참의원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개헌에는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자민당이 점유한 참의원 의석은 전체 242석중 84석에 불과하다. 임기 6년인 참의원은 3년마다 절반씩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자민당의 힘만으로는 내년 7월 선거에서도 참의원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참의원은 4년 뒤인 2017년에나 장악할 수 있다.
아베 총재는 자신의 힘으로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향후 4년 이상 총리직을 지속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은 경제 회생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굳은 신임을 얻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베 총재는 당장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엔(127조여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아베 총재가 일본은행의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요구한 것도 가시적인 효과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아베의 과감한 금융정책에 19일 일본닛케이주가지수는 8개월 만에 1만선을 넘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추경예산 확보를 위해 돈을 무제한 찍어내고 국채를 마구 발행하면 국내 신뢰 등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경계심을 보이는 것도 아베 총재에게는 부담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유권자 1,03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자민당 의석이 적었다면 좋았다’고 대답했으며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쳐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획득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좋지 않다’는 답변이 43%에 이르렀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재는 2006년 총리에 올라 개헌을 추진하다 실패한 경력이 있다”며 “일본유신회 등 그의 러브콜을 받은 정당들도 자민당과의 졸속 협력에 대한 당내 신중 여론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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