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1%에서 2%로 높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유민주당 총재가 그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와 공식 회동한 직후부터 전해지는 소식이다. 물가상승 목표치를 올린다는 건 중앙은행이 그만큼 돈을 더 풀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그 동안 자민당의 공격적 인플레이션 정책에 강력 반발해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아베 총재는 ‘물가상승률 2%’와 ‘명목성장률 3%’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진작부터 “일본은행 윤전기를 무제한으로 돌려 돈을 찍어내서라도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며 극단적 금융완화를 예고했다. 반면 일본은행은 이미 정책금리가 제로수준인 점, 대표적 금융완화책인 국채매입기금을 통해 매월 10조엔 내외의 자금을 시중에 추가 공급해왔다는 점 등을 들어 더 이상의 금융완화는 경기진작 효과 보다 재정악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일본 내부적으로 어떤 정책이 경제회복의 지름길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본이 극단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돌아선 이상 우리에겐 당장 엔화 추가하락의 충격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큰 숙제로 떠오르게 됐다.
올 들어 엔화 가치는 지난 2월 달러 당 76.11엔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계속 하락해 최근 84엔까지 떨어졌다. 자민당 총선 승리 후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도 엔화 전망을 대략 85엔대로 하향 조정했지만, 모건스탠리는 90엔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995년 4월 달러 당 79.75엔이었던 엔화가치가 96년 7월 110엔을 돌파해 불과 1년여 만에 30엔 이상 급락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엔저는 예상보다 더욱 극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원고(高)ㆍ엔저(低)’가 급격히 진행될 경우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력 수출산업의 타격은 물론, 저금리 엔화 자금의 국내 유입 등을 통한 금융시장 교란이 우려된다. 글로벌 통화전쟁의 전운이 몰려오고 있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