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리 이웃들은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어떤 바람을 갖고 있을까. 선거가 치러진 19일 각자의 삶터에서 만난 이들은 무엇보다 힘들고 팍팍한 민생을 해결하고, 분열된 우리사회를 통합으로 이끌어 주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전문대 졸업한 영양사 김연지(21)씨
전문대를 졸업하고 비교적 일찍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하지만 동기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4년제 졸업생에 밀린다. 친구들이 능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과 대우를 받는 게 안타깝다. 여전히 4년제와 2년제 대학 간 차별이 존재한다.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전문대 졸업자 쿼터를 마련하고 연봉, 진급에서도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맞벌이 은행원 신혼부부 이호석(33) 박지은(30)씨
맞벌이 부부를 위해 직장 탁아시설과 국공립 유치원을 더 늘려주면 좋겠다. 유치원비가 월 70만~80만원이 들고, 그나마 그 수도 부족해서 원생이 되려면 추첨에서 뽑혀야 한다. 우리 부부는 그나마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도 양육비를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한 명밖에 낳지 않으려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새 대통령은 아이들 양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은퇴 앞둔 회사원 정상부(60)씨
은퇴 후 할 일이 없어 걱정이다. 회사 일만 하느라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동안 번 돈은 대학등록금 등 자녀 교육비, 결혼 자금으로 대부분 써버려 경제적 여유도 없다. 적은 돈이나마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년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주변에 퇴직 후 창업을 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다. 은퇴 교육과 재정 지원 등 은퇴자 노년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
▦18년 동안 식당 운영하는 김한용(48)씨
서울 광화문에서 18년 동안 장사하는데 요즘처럼 경기가 나쁜 적이 없었다. 석 달째 적자를 보고 있다. 광화문이 이 정도면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물가를 잡아야 한다. 농민은 인건비, 운반비도 못 벌어서 배추를 썩히는데 중간상인은 배추 팔아 집 1채 값을 벌고 있다. 그리고 세금도둑들을 잡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중산층 사정을 모른다. 중산층과 농민, 노동자 편에 서서 생각하라.
▦케이팝 작곡가 박인우(29)씨
케이팝의 시대, 한류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더 많은 문화콘텐츠가 나오고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즐겁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문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류는 실력이 뒷받침돼야 거듭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이 한류를 만들어내는 공로자들의 그늘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걸그룹의 히트곡 하나쯤은 흥얼거릴 줄 알고 젊은이들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3 수험생 되는 장태욱(18)군
자신의 적성대로 대학 진학을 하는 수험생이 드물다. 대부분 수능 점수에 학과를 억지로 맞춘다. 이런 상황에서 졸업하고 취업했을 때 일에 대한 흥미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정말로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도록 입시제도가 개선되면 좋겠다. 성적이 무시될 수는 없지만 수능 점수보다는 적성이 더 반영되는 방향이 필요하다. 서울의 주요 대학부터 교육ㆍ입시 제도를 개선하도록 해 달라.
▦재중동포 여행사업가 문경철(40)씨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한국에서 생활한 20년 동안 사소한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쓰레기봉투를 돈 주고 사지 않는다. 사소한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끔 해외동포와 이주노동자 등을 상대로 교육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양꼬치집을 방문해서 이주민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를 고대한다.
▦노년유니온 위원장 김선태(70)씨
우리 경제를 이끈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노인들의 4중고, 즉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 외로움, 할 일 없음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독거노인들이 함께 살면서 고독사나 외로움을 예방할 수 있는 ‘공동생활터’가 마련됐으면 한다. 노인들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거나 구했다 해도 월 20만원 정도 받는 공공근로가 전부다. 노인들에게 실질적 보탬이 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탈북자 서재평(43ㆍ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씨
남한에 들어온 2만3,000명의 탈북자들이 남북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단지 ‘남한 사회에 왔으니 정착 잘해라’라는 정도가 아니라, 북한 사회를 잘 아는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준비된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통일시대가 왔을 때 북한에서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돌보는 박혜영(52)씨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강력범죄가 날로 늘고 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새 尹酉??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강한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 달라. 아버지가 딸을 학대했지만 법원은 딸을 키울 사람이 아버지밖에 없다면서 처벌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 경우도 있다. 아동여성안전지대를 활성화해 마을 단위에서 아동과 여성을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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