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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그들의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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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그들의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

입력
2012.12.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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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미국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그 동안 여러 번의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만큼 세대간 인식 차가 큰 선거는 보지 못했다. 어쩌면 나라 밖에서 매체를 통해 접하는 선거였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선거 전날까지 젊은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의 상승세에 고무되어 압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반면, 고령층 회원들이 많은 인터넷 카페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당연시하고 선거일 이전부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갖는 의미에 관해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그런 마음속의 분단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영남이나 호남에 거주하는 분들의 트윗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승부는 선거도 하기 전에 결정되어 있는 듯 했다. 야성이 강한 지역의 네티즌들은 주변에 특정 후보를 찍겠다는 이가 거의 안 보인다며, 대중매체의 여론조사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인식의 분단은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이슈 해석의 분단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내용은 여당에 의해 끊임없이 정치화되면서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들에게는 야당 후보의 안보의식에 대한 불안감 조성이 유일한 목표였다. 박근혜 후보가 지하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실수를 하자, 많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깊은 속내가 얼떨결에 표현된 것으로 단정지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왜 사람들의 인식은 이렇게 갈리는 것일까? 우선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주로 보고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별적 노출과 기억’이라 불리는 이러한 습성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상이한 정보들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논조가 담긴 미디어에 푹 빠져들고, 결국엔 그 미디어에 의해 점령되어 버리고 만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시대에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24시간 엮여있기 때문에 한쪽의 일방적인 관점에만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특히 정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심리적인 불안과 불편함이 훨씬 덜해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구미에 맞는 정보를 나누면서 안락함을 느끼고, 그런 안락함에 점점 더 빠져든다.

이렇게 분단된 인식 속에서 승자와 패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기 마련이다. 2008년, 나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의 ‘개표결과 승복연설’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지지자들을 깊이 위로하면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 상원의원을 “나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그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월남전 때 포로가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특별 석방을 거부한 우국지사로서 그의 당당하고도 너그러운 면모는 투표권도 없는 이 외국인까지 눈물짓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승자의 자세다.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거의 유일한 직접 의사표현의 장치로서 소중한 것이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투표와 같은 다수결 제도는 패자에게 심리적으로 깊은 상처를 준다고 한다. 따라서 승자가 패자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위안하며, 그들의 의사를 정중히 경청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직 내에 불화와 앙금이 생기고 진정한 화합과 화해는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제가 있는 나라라면 어디에서나 선거전은 죽기살기로 치열하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에 승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화합과 성취에는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올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승리확인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롬니를 지지했든 오바마를 지지했든, 우리는 당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고 당신은 (정치를)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방금 롬니 주지사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가 이 힘들었던 싸움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대해 축하드렸습니다…. 몇 주 후에 저는 롬니 주지사와 다시 만나 이 나라를 다시 전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논의하기를 고대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며, 패한 후보와 그 지지자들까지 감싸 안는 대통령이 되어주시길 멀리서 간곡히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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