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은 색깔전쟁이었다. 빨강을 내세운 새누리당과 노랑을 내세운 민주통합당이 색깔논쟁까지 벌이며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다. 삼원색 중에서 파랑만 빠졌다. 통합진보당의 색깔은 파랑과 빨강이 겹친 보라색인데, 이정희 후보가 막판에 사퇴해 큰 의미가 없게 됐다. 보라색은 아무데나 쓸 수 있는 편한 색깔이 아니다. 원래 귀족의 색깔이어서 통합진보당과 맞지도 않다.
▦ 새누리당은 2월에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당의 색깔도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꾸었다. ‘붉은 악마’와 같은 열정과 변화를 내세워 보수의 불통 이미지를 희석하고 이명박 정부와 단절하기 위해서다. 빨강은 과 같은 소설에서 사랑과 욕망, 부정(不貞), 정열과 광기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정지 금지나 위험을 뜻하는 색으로도 쓰인다. 선호도가 높은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가장 많다. 어느 색깔보다 강렬하지만 빨리 햇빛에 바래는 게 빨강이다.
▦ 민주통합당의 노랑은 진보와 변화를 상징한다. 흰색을 빼고는 가장 밝은 게 노랑인데, 낙천적 태도와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봄의 색깔 노랑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야당의 색깔, 특히 노무현의 색깔로 기능해왔다.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때부터 사용하던 색깔을 변형한 것으로 민주당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하지만 친노 이미지가 너무 강해 민주통합당은 기본 노랑에 초록을 약간 섞은 연두색을 함께 활용해왔다.
▦ 이제 승부가 끝났으니 두 원색을 섞어야 한다. 원래 탕평은 색을 섞는 것이며 통합은 색을 합쳐 새로운 색깔을 빚어내는 일이다. 빨강과 노랑을 섞으면 주황이 된다. 약동 활력 만족 적극성을 상징하는 따뜻한 색깔이다. 그러나 굳이 섞지 않더라도 두 색깔이 서로 잘 어울리기만 하면 환하고 밝고 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 늦가을에 만난 빨간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의 멋진 조화를 생각해보라. 지지정당과 관계없이 빨간 목도리나 노란 목도리를 자유롭게 두르고 다닐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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