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지역 건설업체도 살리겠다고 해서 이를 믿고 로비까지 해가며 공사에 참여했는데, '빅 마마'대형업체의 횡포로 이득은커녕 오히려 막심한 손해만 보고 있다."
지방에서 중소건설업체인 G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5)씨는 2009년 현대건설 등과 함께 '4대강 살리기' 낙동강 22공구 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가 결정되는 순간 날아갈 듯이 기뻤다. 김씨는 다른 지역 건설업체들로부터 "로또에 당첨됐다"는 부러움 섞인 축하전화까지 받았다. 전체 공사 계약금액 3,383억원 가운데 G사의 지분율은 5%에 불과했지만 최소한 15억원 이상의 배당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버지가 세운 G사를 자신의 힘으로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이내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15억원 이상 예상됐던 배당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18억원이나 되는 추가 공사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낙동강 22공구 공사를 도맡아 온 현대건설(전체 지분율 48%)측은 "총 공사 계약금 3,383억원 가운데 전체 공사비로 3,136억원 정도 들어갈 것"이라고 당초 밝혔지만, 완공 후 "실제 공사비가 3,753억원이 들었다"며 공동 도급업체들에게 오히려 추가 공사비용 370억원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G사와 함께 공사에 참여한 C건설업체(지분율 5%) 등 다른 지역 건설업체 4곳도 같은 금액을 현대측에 되돌려줘야 할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이들 중소건설업체는 즉시 현대측에 크게 늘어난 공사비용 내역을 요구했고, 곧 황당한 내용의 자료를 전달받게 됐다. 현대측이 보내온 자료에는 공사 현장에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는 각종 내역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명세서에는 설과 추석 등 명절 선물 구입 비용으로 많게는 1차례에 500만원까지 30여차례에 걸쳐 5,000여만원이 사용된 것으로 적혀있었다. 또 부모님 생신 선물과 결혼기념 선물, 굴비선물세트 등 2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000여만원의 사용내역은 물론 상어연골, 글루코사민, 홍삼, 인삼 등 건강보조식품과 귀금속 등의 구입비까지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웨딩홀 식대 565만원까지 모두 공사비 항목에 잡혀있었다.
황당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대건설 2012년도 근로복지기금 1,581만원이 공사비에서 지급됐으며, 타지역 방송사의 문화회관 개관식에 총 1억3,636만원이 사용된 내역까지 적혀 있었다. 특히 공사현장 직원의 급여로 이미 식비가 지급됐지만, 2년 동안 모두 14억원의 식비가 추가로 사용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G사는 현대측이 요구해온 추가 공사비용 지급을 즉각 거부했다. 그러나 현대측은 G사 소유의 부동산 등에 대해 압류신청을 냈고 G사의 신용도는 결국 2단계나 하락하게 됐다. 김씨는 "현대측에 말도 안 되는 추가 공사비용의 부당성에 대해 거세게 항의도 했지만 소용이 없어 현재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 공사에 참여해 이득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대형업체의 횡포로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측은 18일"선물구매 등은 현대건설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전체 공사비에 포함됐지만 지역업체에 요구한 공사비에서는 제외할 것"이라며"식대 14억원은 2년이라는 공사기간 동안 접대비와 직원들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체 공사비에 포함돼야 하며 공사일수를 고려할 때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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