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최근 10구단 창단을 승인함에 따라 2015년부터 국내 프로야구는 '꿈의 10구단' 체제가 된다. 6월 KBO의 창단 승인 유보, 선수들의 경기 보이콧 등 진통 끝에 나온 결과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만 있는 건 아니다.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 무대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은 야구지만 우리 현실에 10개의 구단이 적합하느냐는 논란이 여전하다. 10개 구단을 지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고교 팀을 늘리는 등 체제의 안착을 위해선 야구의 저변확대와 인프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한국 야구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 게임, 소설 등에서 하나의 문화였지만 그 규모를 확대하는 데엔 실패했었다"며 "10구단 승인을 통해 프로야구에 시장원리가 보다 확실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건 일단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이를 위해선 저변확대가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10구단 창단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롯데 자이언츠의 배재후 단장은 "10구단 체제 정착엔 흥행이 필수적"이라며 "외국인 선수 쿼터를 현실화 하고, 2차 드래프트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장치들이 많이 보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단의 선수 육성·지자체의 인프라 지원… 아낌없는 투자만이 '흥행'의 보증수표"
● 배재후 롯데 자이언츠 단장
구단의 자생력 키우려면 광고·시설 운영권 등 지원 절실
고교 선수 기량 하락도 큰 문제
아마 야구 확대 위한 정책 필요
최근 KBO 이사회가 10구단 창단을 결정함으로써 2015년부터는 10개의 프로구단이 각축을 벌이며 야구의 열기를 드높이게 됐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적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선수수급, 열악한 인프라, 만성적자의 구단운영 등 기존 8개 구단 체제에서도 보였던 이 문제들이 10구단 체제에서는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우려 때문에 지난 6월 10구단 창단 승인이 유보되기도 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10구단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흥행'이다. 이 흥행은 선수, 구장에 대한 구단의 투자와 해당 지자체의 지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우선 구단은 선수육성에 중점을 두고 리그를 이끌어야 한다. 전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팀간 전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약팀은 강팀의 재물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반복되면 흥행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또 신생팀의 전력이 기존팀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에 최소 5년이 필요하다고 볼 때 일련의 과정은 프로야구 전체 흥행을 저해할 수밖에 없는 만큼, 후진 양성을 위한 퓨처스 전용 구장 건립과 함께 외국인 선수의 쿼터 현실화, 2차 드래프트의 확대 등 제도적 장치들을 보완하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2006년 WBC 4강, 2008년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으로 한국야구의 국제적 위상은 달라졌다고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2000년대 들어 지어진 문학구장을 제외하면 세계적 수준의 한국야구는 20세기 구식 구장에서 열리고 있다. 최근 광주와 대구에서 구장 신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프로야구의 흥행을 위해서 양질의 더 많은 인프라는 필요조건이다.
또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프로구단의 현실을 감안하면 구장임대, 광고, 매점 및 시설 운영권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10구단 유치를 위한 수원과 전북간의 창단 지원안만 보더라도, 기존 구단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 수 있다. 프로야구가 국민들에게 여가선용의 기회를 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 충성도 제고에도 이바지 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는 프로야구가 지방세를 보전하는 수단이라는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가장 큰 과제는 10개 구단에서 뛸 선수들의 질적 향상이다. 지난해부터 고교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고교주말야구리그를 시행하고 있다. 팀 승리를 위해 특정 선수만 반복적으로 뛰다 보니 균등한 선수 기용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훈련량 부족으로 기본기에서부터 전체적인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국대학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볼넷이 12개나 난무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2군에서 선수육성을 담당하는 코칭스탭들은 현재 아마추어 수준의 질적 하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12년 현재 국내 고교팀은 총 53개, 등록선수는 1,651명이다. 4,000여개 팀, 16만여명의 선수를 가진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 7월부터 신규창단하는 초중고 팀에 3년간 3,000만~4억원씩 지원하는 초중고교 야구 활성화 창단 지원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열악한 아마야구의 저변은 프로 수준의 하락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마추어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10구단 창단 승인으로 한국프로야구는 장밋빛 기대로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준비가 없을 경우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우리는 과거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내년 9구단 체제의 리그를 겪어보면 10구단 체제의 청사진이 보일 것이다. 내년 시즌을 다각도로 지켜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1000만 관중 시대 열 규모의 경제 마련… 스토리와 로망 가진 산업으로 키워야"
●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외국인 선수 확대 등 보완하면 경기력 저하 문제 해결 가능
프로야구 주인은 구단 아닌 '팬' 그들에게 꿈과 안식처가 돼야
11일 KBO이사회는 만장일치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의결했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발한 프로야구는 이제 10구단 체제로 시장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미시적로는 9개 구단 체제의 단점인 '한 구단 휴식'이라는 파행적 경기일정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고, 거시적으로는 프로야구가 '규모의 경제'와 '스포츠의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기종목 중에서는 1982년 처음으로 야구가 프로화가 되었고, 1983년 축구 그리고 이후 농구와 배구가 프로화 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 말이 프로였지 실제는 프로야구는 대기업의 홍보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도 없었고, 오로지 성적에만 함몰되었던 측면이 있었다. 나름대로는 많은 발전을 이룩했지만, 팬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던 중 2007년 서울히어로즈의 현대인수로 프로야구계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히어로즈의 경우 대기업이 아니라 '개인회사'에 가깝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모기업이 없었다. 따라서 독자생존은 필수적이었다. 히어로즈가 입성한 이후 프로야구시장에도 비즈니스 개념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히어로즈의 성공에 자극 받고, 프로야구의 흥행이 절정을 향해 치닫자 나온 것이 시장 확대론이다. 이후 야구 관계자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1년 NC소프트가 NC다이노스를 창단해 9구단으로 입성했다. NC다이노스도 모기업이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비즈니스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즉 프로야구도 하나의 산업이고 독자생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번 10구단 승인은 프로야구 자체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기존 대기업구단의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은 대타협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는 단순히 여러 프로 스포츠 중 하나가 아니다. 역사도 가장 오래되었고 무엇보다 '스토리와 로망'이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다. 즉 콘텐츠가 있는 스포츠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깊어짐에 따라 영화, 게임, 소설 속에서 프로야구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 프로야구는 규모를 키우지 못했고,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이상한 구조였다. 이제 10구단 승인을 통해 프로야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광주, 대구, 창원에 새로운 구장이 준비되고 있고, 이를 통해 1,000만 관중과 스포츠비즈니스가 자리 잡게 될 기반을 마련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취약한 중등학교 야구저변이 더 넓어져야 한다. 당장 선수수급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행히 KBO에서 중등학교 야구부창단에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다. 8개 구단이 시즌을 치른 2012년에도 이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10구단이 입성하게 되면 더욱더 부각될 사안이다. 필자가 보기엔 경기력 저하 문제는 외국인선수 일정기간 확대와 FA제도 연한 축소 등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장기적으로는 야구저변 확대가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가 안주가 아니라 도전을 선택한 측면에서 10구단 승인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되며, 프로야구의 주인은 구단이 아니라 팬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31년 전 프로야구를 처음 본 수많은 팬들은 이제 중년이 되었거나 그 이상이 되었다. 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프로야구가 발현할 수 있는 가치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10구단 승인을 통해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보다 많은 팬들에게 프로야구가 안식처가 되고, 꿈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