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랄 탈라바니(79) 이라크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위중한 상태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쿠르드족 출신으로 첨예한 종족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온 그의 건강 악화로 이라크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탈라바니는 17일 밤(현지시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바그다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라크 정부는 탈라바니의 병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영TV는 뇌졸중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18일 "대통령이 피로 때문에 응급 후송됐다"며 "현재 안정된 상태로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탈라바니가 심각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쿠르드족 유력 정치인 무함마드 오트만은 "의료진이 탈라바니의 해외 후송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BBC방송은 쿠르드족 관계자를 인용해 탈라바니가 혼수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한 TV방송은 한때 탈라바니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다.
탈라바니는 최근 들어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왔다. AFP통신은 그가 2007년 탈수 증세로 요르단으로 이송됐고 이듬해 미국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올해 초에는 독일에서 척추 수술을 받았다.
1975년 사회주의 정당 쿠르드애국동맹을 결성해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에 맞서 무장항쟁을 이끌어온 탈라바니는 이라크전 종전 이후 첫 대통령으로 2005년 취임했고 2010년 재선출됐다.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의 권력분점 합의에 따른 인사였다. 이라크 대통령은 의회가 선출하는 실권 없는 직위지만 탈라바니는 종족ㆍ종교 갈등이 심각한 이라크에서 드물게 통합적 행보를 펼치며 신망을 얻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최근에는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와 북부 쿠르드자치정부가 원유 통제권을 놓고 무력 충돌 위기로 치닫자 이를 중재하는데 주력해왔다.
로이터통신은 탈라바니의 유고시 쿠르드계 전 총리인 바르함 살리가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러나 현지 정치전문가를 인용해 "이라크에서 탈라바니만큼 탁월하게 정치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도 "미군 철수 1년을 맞은 이라크 정치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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