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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수감된 재독사업가 재판 왜 한국에서 열렸나, 사법주권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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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수감된 재독사업가 재판 왜 한국에서 열렸나, 사법주권 논란도

입력
2012.12.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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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 컨퍼런스 센터(WCCB) 시공을 맡는 등 한때 독일에서 ‘본(Bonn) 부흥의 영웅’으로까지 불렸으나, 사업이 실패하며 거액의 사기 및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해 1월 현지에서 구속기소된 김만기(52ㆍ사진) 전 SMI현대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재판이 18일 국내에서 열렸다. 독일 검찰이 한국에 있는 증인들을 본국으로 소환하기 어렵다며 국제형사사법공조법에 따라 국내 법원에 증인신문을 대신 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내 법원이 외국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에서 열리고 있는 재판의 일부를 대신 진행하는 것은 아주 드물지는 않지만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법정에는 김 전 회장 사건을 맡고 있는 독일 쾰른법원의 라우쉬 재판장 등 판사 3명과 검사 3명, 변호사 3명 등이 참관해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양석용 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재판부와 한국 검찰은 독일 검찰이 요청한 신문 사항에 따라 증인 2명을 상대로 김 전 회장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경위, 투자자를 모은 배경 등을 캐물었다. 법정에 출석한 통역사가 신문 내용을 독일 판사 및 검사들에게 일일이 통역했다. 재판부는 20일 증인신문 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다른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그동안 변론을 계속해 사안을 잘 아는 독일 변호사가 한국 법정에서 변론할 자격이 없어 효과적인 반대신문이 어렵다. 독일 법원이 피고인을 한국으로 보내주지 않는다면 증인을 독일로 불러 신문하는 것이 옳다”며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하는 것은 방어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방청석에 나온 김 전 회장의 형(57)도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 수감돼 있는데 사법부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주권 포기”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전 협의와 법률에 의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을 열기로 한 것으로, 독일 변호사는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서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면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독일법은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증인신문에 대해 우리 법원과 달리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데, 이번 증인신문 자체가 독일에서 진행되는 재판의 일부이므로 독일법에 따르는 것”이라며 “이를 사법주권 포기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독일 본 시가 구 연방정부 및 의회 건물을 국제회의장으로 바꾸는 대규모 사업을 수주, 컨퍼런스 센터 및 호텔을 건설하고 향후 30년 간 운영권을 갖는 장기 건설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 공사는 이듬해 11월 착수됐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비용이 크게 불어나면서 중단됐고, 김 전 회장은 사기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독일 내에서 정치 스캔들로까지 비화돼 당시 독일 최장수 여성 시장이던 사민당 소속 베르벨 디커만 본 시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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